▲백현진 [찰라의 기초] ⓒ루오바 뮤직 |
이 앨범은 작년 11월 4일 웰콤 시어터의 공연을 녹음한 것이다. 백현진에 따르면 이 앨범은 음향 엔지니어가 '뜻하지 않게' 녹음한 것을 발매해 탄생했다.
지난 2008년 발표해 평단의 큰 호응을 끌었던 솔로 데뷔앨범 [Time of Reflection(반성의 시간)]에서 상당량의 곡을 가져왔고, 송창식의 <선운사>,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어떤날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 등을 커버했다.
라이브 앨범이지만 관객의 박수소리는 찾기 어렵고, 관객과 뮤지션의 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백현진의 목소리 비중이 정규 앨범에서보다 더 두드러지는 음반이다.
닉 케이브(Nick Cave), 톰 웨이츠(Tom Waits)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백현진의 목소리는 때론 정규 앨범에서보다 더욱 떨리고, 더 절망적으로 들린다. 지나간(돌아올 수 없는) 과거를 솔직한 가사로 내뱉는 그 특유의 감성이 거칠게 녹음된 앨범을 관통함에 따라, 이 앨범은 청자를 그의 생명력 넘치는 목소리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말미마다 곡을 씹듯이 부르는 느낌이 인상적인 <선운사>를 지나고서야 연주가 시작되는데, 80여분 내내 철저히 단순함을 이어가는 라이브 연주는 쓸쓸함을 배가시킨다. 정규 앨범의 감성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가운데, 커버곡들의 변화된 느낌이 특히 돋보인다.
위악적인 백현진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은 앨범에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이병우가 만든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불안한 감성을 일으키는 노래가 됐다.
이토록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그러면서도 때론 실소마저 흘러나오게 만드는 라이브 연주는 흔치 않다. 백현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를 토해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고, 그럼으로서 관객에게 새로운 감정을 일방적으로 쏘아댄다. 그러하기에 이 앨범은 백현진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듣는 재미를 주는 앨범이면서, 그가 창조해낸 가사의 세계를 보는 재미까지 준다. 백현진의 것이 아니고서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경험이다.
아델 [21]
▲아델 [21] ⓒ강앤뮤직 |
데뷔작 [19]와 마찬가지로 녹음 당시 나이를 타이틀로 정한 이 앨범은 발매 일주일 만에 20만 장 이상을 팔아치우면서 아크틱 몽키스가 2006년 데뷔앨범으로 기록한 판매고(36만3000장) 이후 5년 만에 최고의 1월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당연히도 [21]은 UK 차트 1위에 올랐고, 디지털싱글로 일찌감치 공개된 첫 싱글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은 싱글차트 3위에 안착했다.
힘찬 알앤비(R&B) 곡인 <Rolling in the Deep>은 앨범의 성격을 규정한다.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기타 연주에 맞춘 도입부를 지나 정박을 착실히 밟는 드러밍에 맞춰 곡은 순식간에 절정으로 치닫는데,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비교되곤 하는 아델의 힘 있는 목소리는 노래를 더욱 선언적으로 들리게 하는 요인이다.
역시 박력 있는 <루머 해즈 잇(Rumour Has It)>, 서서히 고조되면서 착실히 기승전결을 밟는 <셋 파이어 투 더 레인(Set Fire to the Rain)>이 첫 싱글과 함께 앨범의 외피를 둘렀다면, 나머지 공간은 <터닝 테이블즈(Turning Tables)>, <원 앤드 온니(One and Only)> 등 옛 흑인음악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서정적인 발라드가 메운다.
전설적인 고딕 밴드인 큐어(The Cure)의 명반 [디스인테그레이션(Disintegration)]에 수록돼 많은 사랑을 받은 <러브 송(Love Song)>의 커버곡도 들을 만하다. 힘을 뺀 아델의 목소리는 어쿠스틱한 기타 연주와 맞물려 앨범의 후반부에 방점을 찍었다.
장르 구분 없이 손을 대는 명 프로듀서 릭 루빈이 앨범 수록 곡의 절반을 담당했고, 아델의 데뷔앨범에서 이미 손을 맞춘 짐 어비스도 두 곡에 참여했다. 좋은 노래를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담은 뛰어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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