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서 활동하는 이진석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무상 의료를 실시하면 '과잉 입원' 현상이 나타난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딱 잘라 말했다. 실제 자료를 보면 정부가 환자 입원비를 면제한 이후에도 환자들의 병원 이용률이나 진료비 증가율은 전체 추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이보다 감소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15일 '6세 미만 영유아 입원 법정본인부담 면제 정책의 효과'라는 보고서를 내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입원진료를 무상으로 하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급증한다고 주장한다"며 "그 근거로 2006년 6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실시된 '입원 법정본인부담 면제 정책'을 들고 있으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는 하나마나 한 말"
▲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건강보험비 1만1000원을 더 내고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자는 모토를 걸고 있다. 사진은 건강보험 하나로 거리서명에 참여하는 시민. ⓒ프레시안(자료사진) |
<조선일보>는 "2006년 1월 노무현 정부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무상의료 서비스였던 '6세 이하 무상 입원비 정책'을 도입했지만, 2년도 버티지 못한 채 스스로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공짜라고 하니 너도나도 입원을 하게 되자 급증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2년도 못 버티고 폐기된 이 정책은 '무상의료'의 위험성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내세운 근거는 건강보험 재정부담 증가다. 이 신문은 "2007년에도 6세 미만 입원비가 22%나 폭등하자 정부는 결국 2008년 1월부터 제도를 없앴다"며 "그러자 6세 미만 입원비는 이듬해 3.7% 증가로 '정상화'됐다"고 적었다.
실제로 해당 제도가 시행된 이후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2005년 684억 원에서 2006년 983억 원으로 44.5% 늘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법정본인부담 면제로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늘었다는 말은 하나마나한 말"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환자가 내야 할 치료비를 건강보험이 대신 부담하도록 한 것이므로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가 주장한 '입원비 정상화'는 정부가 부담하던 입원비용 만큼 환자 부담이 다시 늘어났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진료비 총액은 비슷하거나 줄어…과잉 입원 없었다"
이 교수는 "이 제도 때문에 정말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었는지 여부를 살피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아니라 '진료비 총액'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환자 대신 정부가 내준 돈인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아니라, '전체 입원비'가 증가해야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입원이 늘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진료비 총액'은 얼마나 늘었을까. 6세 미만 영유아의 입원 진료비 총액은 2005년 2~4월 821억 원에서 2006년 같은 기간 990억 원으로 20.5%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전체 국민의 입원진료비 또한 19.5% 늘어 영유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영유아 진료비가 전체 국민 진료비의 자연 증가분만큼만 늘어났다는 의미다.
또한 전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입원진료비에서 6세 미만 영유아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과 2006년 모두 5.3%로 동일했다. 시민회의는 "만약 영유아 층에서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급증했다면, 전체 입원진료비에서 영유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회의는 이어 "6세 미만 영유아의 외래진료(통원치료) 건강보험진료비 증가율과 비교했을 때도, 입원진료에서만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급증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유아의 입원진료 증가율(8.0%)이 외래진료 증가율(11.5%)보다 낮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5년에서 2006년 영유아의 입원진료 증가율인 8.0%는 같은 기간 전체 국민의 1인당 입원진료 증가율인 19.2%보다 적었다.
시민회의는 "2006년 시행된 6세 미만 영유아의 입원 법정본인부담 면제 정책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증가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진료비 총액은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건강보험 부담액을 늘리고 환자 부담액을 줄게 하는 '분담 비율의 조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며 "사실상 무상으로 입원 진료를 실시하는 대만과 유럽 각국의 입원의료 이용량은 한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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