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쟁점과 대안' 긴급토론회에서 송덕용 회계사는 "한진중공업 조선부분의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은 18.3%로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경영상황이 정말 부실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송 회계사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15.5%, 19.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경쟁사보다 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매출액 대비 수주잔액 비율도 2009년 기준 226%로 STX를 제외한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측은 3년 동안 부산 영도조선소의 수주 실적이 '제로'라고 하지만 수빅조선소 수주물량을 봤을 때 지난해 매출 대비 수주액 비율은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노동자의 고임금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져 수주가 이어지지 않는 점을 정리해고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2009년 기준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4567만 원으로 대우조선해양이 7190만 원을 받는 것에 비해 큰 차이가 난다.
송 회계사는 "사무직과 엔지지어가 대부분인 건설부문까지 포함해 산출한 급여이기 때문에 실제 노동자들의 급여는 더 낮을 것"이라며 "사측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드는 경쟁사들의 임금 수준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허민영 부경대 교수도 "수빅조선소의 임금은 국내의 10% 정도지만 재료비 비중이 60%인 조선 산업의 특성상 수빅과 영도조선소의 비용 격차는 13%로 미미하다"며 "수빅조선소의 생산성이 영도조선소의 30%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도 비용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부산 영도조선도. ⓒ프레시안(김봉규) |
"정리해고 요건 완화하는 결과 초래할 것"
한진중공업의 경영상황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순이익을 봐야 한다는 것이 송 회계사의 주장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8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한진중공업의 당기순이익은 26억 원에 그쳤는데, 1449억 원에 이르는 이자비용과 441억 원의 지분법손실(피투자자의 손익을 지분만큼 투사자 손익으로 반영하는 것) 비용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 회계사는 "이는 2007년 한진중공업이 한진중공업홀딩스와 한진중공업으로 분할되는 과정에서 홀딩스가 현금은 많게, 부채는 적게 가져가는 바람에 한진중공업의 이자부담이 급증한 탓"이라며 "반면에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은 15.53%에서 50.1%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송 회계사는 이어 "2009년 9월 기준 지분법손실 685억 원 중 대부분이 수빅조선소에서 나온 것"이라며 "수빅조선소 공사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차입금을 끌어다 만회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자비용이 계속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도 한진중공업은 지난 10년간 총 2400억 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비용이나 지분법손실 등이 경영 실패 혹은 지배구조 전환 과정에서 나온 비용임에도 이를 노동자에게 전가시켜 고용 문제로 변질하려 한다는 것이다. 송 회계사는 "이런 식의 정리해고가 받아들여질 경우 경영자의 자의적인 경영전략 결과로도 해고가 가능해져 정리해고 요건을 심각하게 완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도 "대규모 감원은 해당 지역사회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기업도 중장기적으로는 숙련노동 결핍으로 인한 시장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산에서 일자리를 잃은 조선관련 노동자만 2000명으로 이 중 비정규직 비중이 상당한 만큼 생활상의 보호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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