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부채 위험성 진단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 "올해 가계 주택담보대출 중 약 64조 원이 만기 도래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59조 원이 1~3분기에 집중"된다며 "일시상환대출의 만기도래액이 집중될 경우,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마당이라 가계의 부실화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삼성연은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현 상황(작년 3분기 가계부채 기준)에서 대출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분기별 이자지급부담 추정액은 4조5000억 원 증가한 16조1000억 원"으로 예상하며 "가계의 이자지급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작년 12월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자금순환 동향'을 보면 이 해 3분기말 현재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는 전분기보다 19조2000억 원 늘어난 896조9000억 원이었다.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이미 900조 원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연은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개인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87.4%)보다 1.6배 상승한 143%"라며 "금융위기 당사국인 미국(128.2%)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가계가 대출을 늘리기에는 한계에 다다랐고, 오히려 그간 늘어난 대출이 가계경제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삼성연은 대안으로 대출만기 연장,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같은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부터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경고해 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미 작년 초 낸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부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도 작년 말 한 시중은행이 주최한 행사에서 과도한 부채가 '만성적인 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경기침체 해소를 위해 오히려 빚을 더 늘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취해왔다. 당장 지난해 8.29 대책을 통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게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강남권 등 투기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는 대폭 완화된 DTI 기준을 받아 더 많은 빚을 끼고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나아가 다음달로 시한이 끝나는 DTI의 완화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1~2월 주택시장 동향을 보고 다음달 DTI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여론을 주택경기 활성화로 풀겠다는 심산인데,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 ⓒ삼성경제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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