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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밥·김치 있으면…" 누가 최고은을 죽였나?

영화계 "사회적 타살"…'워킹푸어' 현상의 단면

지난달 29일,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월셋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씨를 발견한 사람은 같은 다가구주택에 살던 다른 세입자 송 모 씨였다.

죽기 전에, 최 씨는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쪽지를 송 씨의 집 문 앞에 붙여놓았다.

최 씨의 사망 원인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는 상태에서 며칠째 굶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 씨는 영화계에선 꽤 알려진, 실력있는 작가다. 이런 그가 끼니마저 해결할 수 없어서 결국 굶어죽었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계 및 문화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신인 시나리오 작가는 보통 계약금의 극히 일부만 받고 시나리오를 넘긴 뒤 제작에 들어가야만 잔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제작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 이런 경우에도 작가는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제작사가 일단 계약부터 하고 계속 묵혀두는 경우도 있다. 좋은 시나리오가 다른 제작사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경우, 작가는 거의 아무런 수입 없이 지내야 한다. 영화계에서 최 씨의 죽음을 놓고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故 최고은 작가가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재학 당시 감독을 맡은 12분 짜리 단편 영화 '격정 소나타' 스틸컷. 이 영화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했다.

실제로 최 씨는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화과(시나리오 전공)를 졸업한 뒤 실력을 인정받아 제작사와 일부 시나리오 계약을 맺었지만, 영화 제작까지 이어지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박종원 한예종 총장과 이창동, 김홍준 교수를 비롯해 한예종 영상원 동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충남 연기군에 있는 은하수공원에서 최씨를 화장했다.

최 씨를 아꼈던 선후배들은 대학시절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단편영화 <격정소나타> 상영회와 유작 시나리오 읽기 등 추모 모임을 열 예정이다.

한편, 최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이트를 트위터 등을 통해 소개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격정소나타> 온라인 상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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