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 결과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한화의 전방위 로비와 수사방해 행위 자체가 또 다른 범죄"라며 "기업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공정사회의 출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난 30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포함해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검찰은 이들이 차명계좌 382개와 채권 등으로 비자금 1077억여 원을 조성해 세금추징을 피했고, 태경화성과 부평판지 등 13개의 사주 소유 업체를 비(非)계열사인 것처럼 운영한 혐의(조세포탈ㆍ공정거래법 위반 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의 경우 2004~2006년 위장계열사 빚을 갚아주려고 3200여억 원대의 횡령ㆍ배임을 저질렀고, ㈜한화S&C와 ㈜동일석유 주식을 자신의 세 아들과 누나에게 헐값에 매각해 그룹에 1041억여 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같은 경영상 비리로 인해 한화그룹이 입은 피해액이 총 6466억여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런 범죄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속 기소한 이유로 봉욱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영장 판단이 있었고, 수사를 가능하면 신속히 종결해야겠다는 점 등을 토대로 결정했다"면서도 "해당 혐의들은 징역 12년 8월~20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 결과에 재계의 강력한 입김이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간 재계에서는 꾸준히 "검찰 수사가 너무 심하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경제개혁연대도 31일 "그동안 김승연 회장 등 주요 관련자들의 구속 영장이 모두 기각됐고, 담당지검 수장인 남기춘 지검장은 피의자 기소를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하는 등 수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이번 사법 정의가 다시 재계에 무릎 꿇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검찰이 공개한 한화그룹의 수사 방해 활동 내역에 따르면, 재벌그룹의 법질서 유린 행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며 "더 이상 '국민경제의 안정과 발전'이라는 시대착오적 변명으로 대기업을 비호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고 그 책임을 묻는데 검찰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봉 차장검사는 "한화 측이 수사방해 행위를 많이 했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법방해 행위가 이렇게 많았다는 것은 처음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법방해를 방지할 수 있게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이 공개한 한화그룹의 수사 방해 내역을 보면, 한화그룹은 직원들을 동원해 중요 자료와 증거를 모두 없애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들의 도주를 도운 정황이 포착됐다. 또 최초 제보자에게는 5000만 원을 건네 사건을 무마하려 했고, 심지어 한화 측의 일부 변호사들은 피의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진술지침'을 건네기도 했다. 법질서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수사방해가 이 정도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라며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공정한 사회'에 접근했는가를 나나내는 시금석이 될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검찰에 주문했다.
한편 검찰의 보도자료와 경제개혁연대의 이와 같은 논평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압수수색 시 용역업체인 경비업체 관계자가 기다려 달라고 했으나 검찰 측에서 '증거 인멸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해 승강이가 있었다"며 "사건과 상관이 없는 내용까지 검찰이 부풀리고 있다. 기업을 범죄집단화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검찰이 공개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검찰 기소 내용이며, 정식 판결이 아니다"라며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은 곧바로 입장자료를 내 검찰의 발표내용을 반박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