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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로 그린의 소울, 세계를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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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로 그린의 소울, 세계를 뒤흔들다

[화제의 음반] 시 로 그린 [더 레이디 킬러]

시 로 그린(Cee Lo Green)이 지난해 11월 낸 세 번째 솔로앨범 [더 레이디 킬러(The Lady Killer)]가 라이선스됐다.

시 로 그린은 90년대 힙합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남부 힙합(애틀랜타) 신의 대표적인 그룹 구디 몹(Goodie Mob)의 엠시(MC)였다. 2002년 솔로로 데뷔한 그는 지난 2004년 발매한 [시 로 그린…이즈 더 소울 머신(Cee Lo Green…Is The Soul Machine)]로 소울 신의 중요한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2005년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와 결성한 프로젝트팀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로 국내 팬에게도 친숙한 <크레이지(Crazy)>를 담은 [세인트 엘스웨어(St. Elsewhere)]를 발매하면서 그의 주가는 폭등했다.

▲시 로 그린 [더 레이디 킬러] ⓒ워너뮤직
힙합과 소울, 가스펠, 훵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무르익어간 그의 재능은 [The Lady Killer]에서 만개했다. 디트로이트의 전설적인 흑인음악 레이블 모타운, 멤피스의 스택스가 전성기를 누릴 때를 연상시킬 정도로 전통적인 소울이 가득 차 있지만, 신시사이저와 샘플링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The Lady Killer]는 당대에 발매된 동종 장르의 어떤 앨범보다 더 매력적인 곡들을 보유하게 됐다.

미국 차트를 뒤흔들고 있는 <퍽 유(Fuck You)>는 듣는 순간 곧바로 흥취를 느끼게 만드는 곡으로, 훵키한 기타와 코러스가 중심을 잡은 단단한 리듬 위로 <스핀>에 따르면 '가극적이고 야성적이며, 동시에 지적인' 시 로 그린의 목소리가 질주한다. 특히 곡 말미에서 시 로 그린은 흐느끼는 듯 울부짖는데, 상대적으로 유치한 이 노래의 가장 처절한 이 부분은 과잉된 감정을 싣지 않은 그의 보컬로 살아났다. 이 노래는 공개 일주일 만에 미국에서만 3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온라인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이미 1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처지는 <Fuck You>가 아닌 다른 곡들이 앨범을 빛낸다.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Billie Jean)>을 연상시키는 베이스라인과 밴드 오브 호시즈(Band of Horses)의 <노 원즈 고나 러브 유(No One's Gonna Love You)>를 은근슬쩍 가져와 신서사이저와 뒤섞은 <브라이트 라이츠 비거 시티(Bright Lights Bigger City)>는 자신감이 넘치고, <잇츠 오케이(It's OK)>, <올드 패션드(Old Fashioned)>는 전통적인 소울의 맛을 고스란히 되살려 놓았다. 시 로 그린은 전작에서도 오아시스의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인용한 바 있다.

70년대 말 주류 팝의 흥취를 느낄 수 있는 <아이 원트 유(I Want You)>와 <크라이 베이비(Cry Baby)>, 무그 사운드의 활용으로 옛 첩보영화를 연상시키게 하는 <플리즈(Please)>, 피아노가 주도하는 미드템포의 곡에 시 로 그린의 뛰어난 가성이 빛나는 <와일드플라워(Wildflower)> 등이 모두 최고 수준의 곡이다.

이 앨범은 최근 주류 팝의 과잉된 정서를 버리고 담백한 옛 사운드를 전면에 앞세웠다. 그러나 <피치포크>가 주장하는 대로 시 로 그린의 복고주의는 "지나치게 거칠지도, 지나치게 매끄럽지도" 않은 경계를 정확히 지켜내며 최근의 그것은 물론, 무분별한 과거로의 답습마저 이겨냈다.

이에 따라 "소울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이가 [The Lady Killer]를 찾지 않을 진 몰라도, 당대 최고의 소울 콘셉트 음반을 찾는 이는 이 앨범을 틀 것"이라는 이 잡지의 주장은 과장된 수사가 아님이 입증된다.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는 앨범에서 가장 에로틱한 <보디즈(Bodies)>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흑인음악계의 중심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였다. 시 로 그린은 아웃캐스트, 어레스티드 디벨로프먼트 등과 함께 이 당대의 흐름이 애틀랜타로 넘어왔음을 증명하는 힙합계의 스타에서, 이젠 소울 신까지 지배하는 거물로 성장했다. 이 앨범은 이 사실을 웅변하는,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다.
▲ ⓒ워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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