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간 교대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수면장애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최초로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2일 1997년부터 대기업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던 장 모(36)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이 18일 밝혔다.
장 씨는 조입공정 라인에서 주간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야간조일 때는 오후 8시30분부터 오전 5시30분까지 일해왔다. 또한 근무시간 이외에도 2시간 가량의 잔업을 했고 1주일 단위로 주간과 야간 근무가 바뀌면서 수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 주치의와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의 견해에 따르면 원고의 수면·각성장애가 주야간 교대근무로 인해 발병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 자문의들의 의학적 견해는 주야간 교대근무와 상병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없어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고 달리 반증이 없다"고 말했다.
교대제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생체리듬이 깨져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근무를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해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또한 주야간 교대근무는 근로자의 각성 기능을 저하시켜 작업장 실수를 유발하며 장기적으로 교대근무에 적응하지 못해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소송 과정에서도 원고 주치의는 장 씨가 주간 고정근무 기간 동안에는 수면장애가 발생하지 않아 업무관련성이 높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진료기록감정의도 교대 근무자의 수면 및 각성주기는 야간근무에 심하게 장애를 받고 1주일의 주간 근무로는 회복이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서도 주야간 교대제가 집중력 감소와 수면박탈, 생리적 리듬의 부조화를 불러 위ㆍ십이지장궤양같은 위장관 질환, 심혈관계 질환, 수명 단축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장 씨가 수면장애와 함께 겪은 수면성 무호흡증과 전신 불안장애에 대해서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률사무소 새날의 이학준 변호사는 "많은 노동자들이 교대제로 인하여 수면에 장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생리적 불균형, 식습관의 불규칙성으로 인한 소화성 질환, 각종 사고 및 심지어 정신질환 등에 노출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이번 판결은 수면장애의 상병이 주야간 교대제로 인한 생리적 반응의 결과라는 의학적 기전을 인정하여 최초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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