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전자 기숙사에서 11일 한 노동자가 투신해 숨진 사건이 대부분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자살 공화국'이라 비판받는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노동자의 자살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그가 '삼성 백혈병' 의혹에 휩싸여 있는 삼성전자 생산라인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어려움을 겪어도 호소할 대상이 없는 삼성의 '무조노 경영' 이념이 또 한 번의 비극을 불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은 13일 성명을 내고 무노조 경영 하에서 억압적으로 이뤄지는 노동 규율이 노동자의 자살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고인을 희생시킨 몹쓸 병은 바로 '삼성병'이고 연이어 숨진 백혈병 노동자들의 근본적 사인도 '삼성병'"이라며 "'삼성병'은 돈만 더 주면 그만이라는 우리사회의 팽배한 물신주의를 숙주삼아 창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고인은 '제가 어떻게 일하는지 아세요'라고 호소했지만 가족들도 초일류기업으로 포장된 삼성의 치명적 위험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삼성은 철저히 자신들의 잔혹한 치부를 감춰왔다"며 "그 치명적 위험을 고발할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이지만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너무도 당당하게 헌법의 노동 3권을 비웃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이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은 본질적으로 임금노예의 그것과 다름없다"며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경영은 기업의 근원을 파괴하는 냉혹한 독재"라고 쏘아붙였다. 그들은 "올해 7월 복수노조 허용으로 일어날 변화는 특히 삼성에 의미 있는 시점일 것"이라며 "죽음의 신화를 감춘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1일 "일본에서 배울 게 더 많다. 한참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 말미에 이 발언을 언급하며 "일본의 의사 우에하타 데스노조는 최초로 과로사 개념을 제시했고 20년 이상 일본과 아시아에서 근무한 언론인 패트릭 스미스는 '과로사가 일본 체계의 특이한 종합을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며 "삼성은 무분별한 모방 이전에 총수부터 자신을 성찰하고 고인의 영전 앞에 머리 숙여 반성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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