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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발매된 반짝이는 신인들의 데뷔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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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발매된 반짝이는 신인들의 데뷔앨범

[화제의 음반] 워페인트 [더 풀]과 빌리저 [비커밍 어 재칼]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두 장의 앨범이 국내에 지각 라이선스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4인조 밴드 워페인트(Warpaint)와 아일랜드의 포크-팝 뮤지션 빌리저(villagers)의 데뷔앨범이 주인공이다.

불길함 강조한 나른한 사이키델리아 [더 풀]

▲워페인트 [더 풀] ⓒ강앤뮤직
워페인트는 이미 해외 인디음악 팬들에게는 잘 알려진 여성 4인조 그룹이다. 지난 2004년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 온 에밀리 코칼(보컬, 기타)과 테레사 웨이맨(보컬, 기타), 제니 리 린드버그(보컬, 베이스기타)는 보컬파트를 돌아가며 맡는 이 밴드를 탄생시켰고, 공석이던 드러머의 자리는 여러 명의 멤버들이 오간 끝에 지난 2009년 스텔라 모즈가와(드럼, 키보드)로 채워졌다.

올해 복귀작을 발매할 예정인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전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와 2009년 최고의 신인으로 꼽혀온 더블엑스(The XX), 영국의 음악매체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 등의 관심을 일찍부터 받으며 화제에 오른 이들은 스트록스(Strokes), 리버틴스(Libertines), 벨 앤 세바스천(Belle & Sebastian)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레이블 러프 트레이드와 계약을 맺고 작년 10월, 데뷔앨범 [더 풀(The Fool)]을 발매했다.

<롤링 스톤>, <피치포크> 등은 이들의 음악을 아트 록, 사이키델릭 록, '데저트 록(Desert Rock)' 등으로 분류했으며, <NME>는 베스트 코스트, 슬리츠 등을 연관시켰다. 한 장르로 묶기 어려운, 개성이 뚜렷한 밴드임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데저트 록'은 '스토너 록(Stoner Rock)'으로 더 잘 알려졌다. 마리화나의 힘을 빌려 주로 사이키델릭과 헤비메탈, 블루스 등을 뒤섞은 음악을 하는 퀸스 어브 더 스톤 에이지, 카이어스 등 남부 캘리포니아 뮤지션들을 하나의 용어로 묶은 것으로, 장르적 개념이라기보다 신(Scene)을 통칭하는 용어에 가깝다.

[The Fool]을 듣는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은 도어스(Doors)다. 앨범 전반적으로 리듬이 강조되는 기타연주가 곡을 이끌어가고, 읊조리는 보컬이 주술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특징이다. 토킹 헤즈, 디페시 모드, 큐어, PJ 하비 등 다양한 뮤지션들도 연상 가능하다.

리프가 강조되지 않는 비교적 전통적인 주법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The XX에게서 느껴지는 미니멀함이 강조된다. 동명 타이틀곡 <워페인트(Warpaint)>에서는 70년대 뉴욕 포스트 펑크신의 영향까지도 엿볼 수 있다. <피치포크>가 걸작 공포영화 <샤이닝> 도입부와 비교한 <언더토우(Undertow)>는 리드미컬한 베이스가 주도하는 곡으로, 밴드의 특징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곡이다. 다양한 효과음이 적재적소에 쓰인 <비즈(Bees)>, 두 개의 전혀 다른 곡을 이어붙인 듯한 도입부가 귀를 잡아채는 <컴포저(Composure)> 등도 인상적이다.

나른함과 우울함이 적당히 가라앉아 있다. 결코 위협적이지 않지만 적당히 체온을 식혀주는 어두운 정서와 풍성한 음들은 전형적인 인디팝과 메인스트림 록,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듣는 재미가 큰 앨범이다.



몽상가가 빚어낸 포크 [비커밍 어 재칼]

▲빌리저 [비커밍 어 재칼] ⓒ강앤뮤직
빌리저는 코너 J. 오브라이언이라는 본명의 아일랜드 남성 싱어송라이터다. 4인조 아방가르드 포크 밴드(피치포크의 설명) 이미디어트(The Immediate)를 이끌었던 빌리저는 "근본적인 차이(existential differences)"로 밴드가 자진해산한 후 솔로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프란츠 퍼디난드, 악틱 몽키스, 애니멀 콜렉티브 등 독보적인 음악성을 가진 뮤지션을 거느린 명가 도미노 레이블과 계약한 후 발매한 데뷔앨범 [비커밍 어 재칼(Becoming a Jackal)]은 기본적으로 포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곡에서 어쿠스틱 기타가 음악의 중심을 잡고, 보컬이 화음을 만들어 넣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포크와 다른 점은 다양한 악기의 효과음이 풍부하게 쓰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피치포크>는 '일렉트로 밴드와 포크 뮤지션의 경계에 섰다"고 빌리저를 평가했다. 빌리저는 앨범에서 프렌치 혼(French Horn)을 제외한 모든 악기를 홀로 연주했다.

불길한 현악과 건반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고저를 오가는 <아이 소 더 데드(I Saw the Dead)>는 앨범에서 단연 돋보이는 트랙이다. 반복적인 연주가 몽상적인 가사와 맞물려 극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모호한 가사는 앨범 전체에서 두드러지는데, 빌리저가 공상에서 받은 자극들을 가사로 죽 늘여놓은 듯한 인상이 짙다. 예를 들어 곡 후반부의 늑대 울음소리가 듣는이들의 호오를 가를 <피시즈(Pieces)>는 대중 앞에 서는 유명인의 고뇌를 노래한 듯 여겨지지만, 추상적인 문장("자신을 둘로 쪼개서 하나는 그들을 위해, 하나는 당신을 위해 마련하라")이 반복된 탓에 어떤 상황에도 이어붙일 수 있다.

이는 동화적인(악몽과 같은) 그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동명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싱글의 뮤직비디오에서 드러나는 몽상가적 기질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다. 정치의식이 강했던 과거 60년대 뉴욕 포크와 조니 미첼로 대변되는 내면의 정서를 노래한 포크, 대중적인 연가가 주도하는 최근의 포크 팝 사이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음악적으로는 아이리시 포크 외에도 팝의 다양한 자양분을 빨아들이고 있다. 하드 록 뮤지션 시절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를 떠올리게 만드는 <댓 데이(That Day)>, 스키플 사운드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더 팩트(The Pact(I'll Be Your Fever))> 등이 증거이며, 사랑의 파국을 노래한 <셋 더 타이거즈 프리(Set the Tigers Free)>에서는 보사노바풍 곡 전개까지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로 인해 앨범의 통일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상적인 <십 어브 프러미시즈(Ship of Promises)>의 뒤를 이은 <더 미닝 어브 더 리추얼(The Meaning of the Ritual)>은 상대적으로 안이하며, <더 팩트>의 경우도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와는 불협화음을 보인다.

Q어워즈에서 '가장 기대되는 신인', 머큐리 프라이즈에서 '올해의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앨범'에 노미네이트됐다. 가깝게는 데미언 라이스, 글렌 한사드로부터 시너드 오코너, 유투, 크렌베리스 등 국내에서 아일랜드 뮤지션이 유달리 사랑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앨범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습적인, 나쁘게 말해 게으른 전형에 안주하는 전형적 싱어송라이터들의 그것에 비하면 담아낸 노력이 월등해 빛을 발하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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