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어 왔던 '윈텔'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 '윈텔'이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Windows)에서 따온 '윈'과 인텔(Intel)의 '텔'을 합성한 말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에서 각각 1등을 고수해 온 회사 사이의 견고한 협력 관계는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을 지배하는 질서였다. 그런데 이런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기의 등장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여러 기사에서 이런 현상을 자세히 분석했다. 6일자 기사에선 윈도 운영체제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 대신에 인텔의 경쟁사인 ARM을 새로운 사업 제휴사로 선택한 것을 다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ARM이 설계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작동하는 새로운 윈도 운영체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ARM 반도체는 전력 소모가 더 적어 모바일 기기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깬 데는, 나름의 절박한 사정이 있다. 윈도는 여전히 전 세계 PC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를 채택한 스마트폰은 3%도 채 되지 않는다. 태블릿PC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윈텔 태블릿도 없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업체인 온라이브의 스티브 펄먼 최고경영자는 "윈텔의 기술은 정보시대 경제에 깊히 뿌리 박혀서 상당 시간 동안 생존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모바일 시장에서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거둔 성공도 윈텔 동맹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지난 4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사(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가 아이패드만큼 다루기 쉽고 효율적인 태블릿 상품을 내놓지 못했으며, 애플 제품이 모바일 PC업계를 잠식하는 추세도 따라잡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길을 찾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터치스크린에 적합하고 전력 소모가 적은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윈도 버전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런 결단에는 '스마트' 시대에 인텔사의 하드웨어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최대 경쟁사인 구글과 협력하는 것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인텔은 구글 TV와 제휴해 인터넷과 연결되는 텔레비전 기술과, 노트북 시장에서 윈도와 경쟁할 구글의 운영체제 등을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인텔은 자사 반도체의 전력 소모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또 다른 경쟁사인 윈드 리버 시스템과 맥아피를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강화했다. 인텔은 리눅스에 기반한 모바일 기기 운영체계를 개발하는데 참여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긴장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