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에서 최대 화두는 물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성장정책이 유지되는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수요부문에서 강한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물가 인상은 경제위기와 경제구조 변화로 인해 타격을 입은 서민층에는 치명타다. 정부의 경제운용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올해 한국 경제는 지난해 못지않게 큰 잡음을 이곳저곳에서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조부터 '성장'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 기조는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달 14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0%일 것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는 대부분 민간경제기관의 3~4%대 성장목표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정부의 전망이 아닌 목표가 고성장에 맞춰져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지식경제부-중소기업청 업무보고에서 "일부에서 5% 성장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며 "지금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상품도 더 신뢰가 생기고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4.5%, 4.2%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그분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1% 정도는 더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을 정확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불씨가 다시 붙을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을 예정이다. 민간 주택건설 규제 완화를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도시개발 지정 및 건축규제 완화 △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한 간접투자 활성화 △임대사업자 세제완화 등의 정책을 올해 시행한다. 모두가 부동산 거래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다.
높은 경제성장률은 통화량을 끌어올리고 수요, 공급 부문에서 필연적으로 물가상승을 자극하게 된다. 경제가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면 경제주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임금이 오르는 만큼 소비요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나친 경제성장률을 조절하기 위해 고심하는 중국 정부의 경우를 보면 우려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정치적 원인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대선을 앞둔 해라 사실상 올해는 이 대통령이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국정운영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 수출액 등의 수치는 물가에 비해 정치적으로 더 효과적인 통계다.
교육비·기름값 줄줄이 상승…"올해 물가상승률 4% 갈 것"
실제 이미 금융권에서는 올해 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보고, 이에 따른 금리 상승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나온다.
SK증권은 지난해 말 낸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교육비 인상 △유가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 △외식비 상승 등의 압력으로 인해 연간 4%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식비, 집세, 교육비, 연료비 등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67개 품목에서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들이다.
SK증권은 "교육비는 최근 2년간 경기침체를 이유로 1%대 상승률을 보였으나, 올해는 경기회복과 임금인상을 바탕으로 3년 만에 전격 인상될 것"이라며 "교육비가 4~5%정도 인상될 것이며, 이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은 0.44%~0.55% 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도 변수다. 이미 지난해부터 산지에서 거래되는 원유가격이 크게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휘발유 가격도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집세는 최대 변수다. 집세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달한다. 최근 계속된 전세값 급등은 물가 상승에 치명타다. 정부가 건축규제 완화 등의 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유도할수록 전세값은 더 오르고, 이는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SK증권은 "1분기 동안 집세 항목이 1% 정도 오르고, 이는 물가지수를 0.1%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같은 전망을 근거로 SK증권은 "3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4.5%까지 상승할 수 있고, 올해 전체 물가상승률 역시 4%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관리 목표치의 상단을 치는 수준으로, 국민 경제에는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은이 정부의 성장기조와 대립해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정부가 강경한 물가단속에 나서는 등의 조치가 없다면 서민경제는 한해 내내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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