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가운데,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자본들의 성격을 두고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 인수전에도 투기자본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독자생존이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8일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LOI를 접수 중이며, 투자를 제안하는 쪽이 많아 접수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음달 말이면 (외부투자자 선정작업을 마무리하고)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당초 연말까지 LOI 접수를 마무리하고 선별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이후에도 접수신청은 지속적으로 받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7일 외환은행 인수자금 4조6888억 원의 상당부분은 내부자금으로 조달키로 했으며, 약 2조7000억 원의 외부투자자금을 조달해 인수작업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1조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안건은 이미 이사회를 통과했으며, 1조2000억 원의 자금을 댈 외부투자자 모집만 완료되면 이번 인수전이 끝난다는 얘기다.
그런데 외부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져, 결국 투기자본에 기대는 모양새가 연출될 것이라는 게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접수한 LOI 제출기관이 엠비케이(MBK) 파트너스, 칼라일, 코세어캐피탈 등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사모투자펀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칼라일은 한미은행을 인수한 후 씨티그룹에 매각해 7000여억 원을 벌어들인 사모펀드며, MBK파트너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투자펀드다. 김병주 MBK 회장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며, 칼라일아시아 대표를 지내 칼라일과도 엮여 있다. 이들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에서 공통적으로 투기자본으로 지적하고 있는 펀드들이다.
실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6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서 해외 사모펀드 접촉설을 부인했으나, 지난 15일에는 "장기투자 목적의 사모펀드라면 (외환은행 인수에) 참여시킬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28일) 성명서를 내 "하나금융지주가 '사모펀드가 아닌 해외 유수 은행의 건전한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관심 없는 척하던 사모펀드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사모펀드는 속성상 자금공급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해 줄 수 밖에 없어 두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현격하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특히 "공식적인 인수금액(4조6888억 원) 외에도 추가로 발생할 필요자금이 3조5000억 원"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차입에 의한 자금조달이 6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러나 "LOI를 내는 걸 막을 순 없지 않느냐"며 "접수가 끝나면 동반자로 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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