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G는 소식지에서 "삼성이 (백혈병 논란과 관련) 수행하고 있는 조사는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며 "이 문제에 대한 삼성의 부적절한 처신의 근간에는 그룹 전체의 반(反)노동적 관리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APG는 "삼성의 이러한 태도가 장기적인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주주들에게도 전가될 것"이라며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삼성 경영진들이 책임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APG의 소식지 전문.(☞원문 보기)
<삼성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2010년 4월, APG와 7개 투자사들은 공동으로 글로벌 기업 삼성을 조사했다.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젊은 노동자가 지난 3월 사망하면서 삼성 노동자의 건장과 안전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돌입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심각한 질병에 걸린 23명의 전직 삼성 노동자 중 9번째로 숨진 이였으며, 이들 대부분이 백혈병에 걸렸다.
조사는 단계적으로 진행됐고 전직 삼성 노동자 및 유가족, 삼성 임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이뤄졌다. 한편, 삼성은 이 문제가 삼성의 이미지를 급격히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지난 7월 삼성 직원들의 건강 및 안전 보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APG의 압력이 행동에 박차를 가하다.
언론 보도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판단컨대 UN의 책임투자 원칙에 동의한 투자사들과 벌인 우리의 합동조사가 삼성의 발 빠른 대응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조사를 통해 국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렸고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결과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조사를 시작할 당시부터 삼성이 병든 전직 노동자나 유가족에게 접촉해 물밑 협상을 벌였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한국 언론은 삼성이 피해자들을 매수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재정적으로 힘든 피해자들에게 삼성이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라는 주장이 시민단체 등을 통해 알려졌다.
ⓒ프레시안(최형락) |
독립된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삼성의 대응에 대체로 만족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외부에서 온 환경 컨설턴트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삼성의 조사가 우리가 보기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뢰의 기반을 갖추지 못하다는 점이다. 5월에 투자사 공동 명의 첫 서한에서 우리는 삼성 경영진에 적절하고 철저하며 투명한 방식으로 제3자에 의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이 독립적인 제3자에 의한 조사라고 부르고 있는 건 사실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조사를 진행하는 컨설턴트는 삼성에 고용돼 보수를 받고 있다. 게다가 회사는 조사팀이 어떻게 감독되고 있는지, 팀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누구인지, 조사 과정에 전직 삼성 노동자들이 참여하게 될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구체적인 사안도 밝히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한 삼성의 부적절한 처신의 바탕에는 삼성그룹 전체에서 지속된 반(反)노동적 관리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삼성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확인되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건강권과 안전보건 문제보다는 노동단체 활동가들의 편향된 문제제기에 대처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일반적인 기업 수준의 투명성이 결여된 점과 함께 삼성이 이 사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다.
삼성의 태도는 아시아의 다국적 기업 사이에서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값싸고 다루기 쉬운 노동적을 이용해 오랫동안 이윤을 거둬왔던 이런 기업들은 보통 외부의 압력이 없이는 노동 문제에 대한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걸 꺼려한다. 사실 이런 기업들은 모국에서 상당한 경제적,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사회적 과오에 책임질 것을 요구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평판이 실추되고 있다
우리는 삼성이 요구되는 수준만큼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이 삼성의 장기 수익성에 위험을 초래하며, 그 위험이 주주들에게도 전가될 것이라 믿는다. 삼성이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에 책임을 지고 대처하는데 실패한다면 모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에 오점을 남길 것이고 이는 전자제품 제조사들에게 매우 달갑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삼성에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피해 노동자의) 발병과 죽음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는 일이겠지만, 그 전제로 삼성이 비용을 대지 않는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질병에 걸린 노동자 중 또 다른 사망자가 나옴으로써 현재 불붙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을 경우 거세질 비판에 대해 우려한다. 따라서 우리는 경영진이 행동에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른 주주들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관 투자자 그룹의 참여 범위를 넓히는 등 조사 활동을 진척시킬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문제의 근원인 전자산업의 척박한 노동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 여러 전자 기업들과 함께 해결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번역: 반올림 공유정옥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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