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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세는 반쪽짜리 세금, '외환거래세'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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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세는 반쪽짜리 세금, '외환거래세'가 필요"

"외화 유입 통제만으론 부족, 유출 통제 장치 도입해야"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은행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이른바 '은행세'(거시건전성 부담금)를 걷기로 했다. 하지만 급격한 해외 자본유출입에 대한 충격을 막자는 정부의 취지를 살리려면 '외환거래세'(토빈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19일 은행에서 발행하는 비예금 외화부채에 세금을 매기는 것을 뼈대로 한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낸 금융권이 직접 손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은행세'가 발단이 됐다. 정부는 급격한 외국 자금이 갑자기 들어오는 충격을 막고, 앞으로 닥칠 금융 위기에 대비하는 자금을 마련하자는 도입 취지를 밝혔다.

과세 대상은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모든 '비예금성' 외화 부채다. 전체 외화 부채에서 고객이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금융회사에 맡긴 외화예수금은 제외됐다. 정부는 일단 은행에 먼저 세금을 부과하고 그 대상을 장차 모든 금융회사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세율은 1년 미만 단기 외채에는 0.2%, 1~3년 중기 외채는 0.1%, 3년 이상 장기 외채에는 0.05%를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매년 2억4000만 달러(약2700억 원)가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단기 외채일수록 부담금을 올려 과도한 외화 차입을 줄이고 투기성 단기 외채를 장기 외채로 전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거시건전성 부담금 재원이 환율 방어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거시건전성부담금으로 적립된 재원은 결코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데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기 시 금융기관에 외화 유동성이 필요할 때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화 유입만 통제해서는 빠져나가는 외화 못 막는다"

일각에서는 외화 '부채'에만 부과하는 세금은 외화 유입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유출을 통제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한계를 지적했다. 들어오는 돈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어도 빠져나가는 돈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거시건전성부담금으로 미래 금융 위기에 대비할 자금을 마련한다는 정부의 의도에도 반론이 제기됐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넘치고 있다"며 "이번 세금이 외환 지급준비금을 가지는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외환 유출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외화 거래의 특수성에서 비롯한다. 일반 은행 예금은 일거에 만기가 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은행 거래에서는 모든 고객이 총 100만 원을 예금해도 은행은 지급준비율(예금총액에 대한 현금준비 비율) 10%인 10만 원만 가지고도 운용을 할 수 있다. 각 고객의 만기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화의 경우는 다르다. 외화는 한번 신인도에 문제 생기면 만기 시 일거에 인출 요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경제 상황이 악화돼 갑자기 한꺼번에 외화가 빠져나가면 은행세를 걷어 외화를 일부 가지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전체 외환 거래금액에서 0.2%에 불과한 은행세는 정작 금융 위기가 와서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할 때 별 도움이 못 되리라는 얘기다.

"사후책보다는 방지책인 외환거래세 도입해야"

전 교수는 한국에 외화는 이미 충분히 많기 때문에 달러로 은행세를 걷어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었던 2000억 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한국은 충분한 외환 보유고를 가지고도 몇 백억 달러를 쓰기도 두려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세가 남아도는 외환보유액에 별 도움도 안 되고, 쓰임새가 모호해서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금융위기가 터지고서야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애초에 금융위기가 터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전 교수는 "자본의 유출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외화 거래 자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인 외환거래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환거래세는 자본의 유입뿐 아니라 '유출'에도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단기성 외환거래에만 부과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일반 무역거래, 장기자본거래, 실물경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투기자본에만 제약을 가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후명 기획재정부 외환제도과장은 "외화 유출에 대한 과세는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외환거래세를 도입은 정부가 자본을 통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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