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카스텐, 한국 대중음악의 오늘을 비추는 만화경

[화제의 음반] 미니앨범 <Tagtr&auml;ume>

2009년 초 발매된 국카스텐의 데뷔앨범은 고양된 감성을 능수능란하게 풀어내는 '한국적 색채'를 띤 밴드 음악이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가질 수 있는지를 입증했다.

윤도현을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하현우(보컬, 기타)의 폭 넓고 두꺼운 성량은 국내 대중음악팬에게 낯설지 않았다. 이를 받치는 전규호(기타)의 테크니컬한 연주와 이정길(드럼), 김기범(베이스)의 리듬은 사이키델릭 록과 미국 서부의 훵크(Funk), 그리고 헤비메탈의 안정적인 조합을 이뤄, 밴드의 지향점을 단단하게 잡아주었다. 국카스텐은 출발부터 대중과 평단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중심을 가진 온전한 팀이었다.

▲국카스텐 <Tagträume> ⓒ루비살롱

세 곡의 신곡을 수록한 미니앨범(EP) <타그트라움(Tagträume, 백일몽을 뜻하는 독일어)>에는 전작에서 드러난 이들 특유의 사운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훵키한 접근법, 곡의 뼈대를 받치는 강한 헤비메탈 사운드, 그리고 곡 전체를 에워싸는 환각적 이미지가 이들의 힘이다. 특히 다양한 효과음향의 적극적인 활용은, 드라마틱한 곡 구성의 적재적소에 배치돼 자칫 듣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 밴드의 음악을 보다 변화무쌍하게 바꾸는 결정적 도구로 활용된다.

국카스텐의 음악을 앨범으로 감상할 때와 라이브 무대에서 감상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달라지는 원인이다. 하현우의 성량이 전면에 배치되는 강렬한 라이브 무대에서 듣는 이가 몸을 가만히 둘 수 없을 정도로 감각적인 만족을 얻는다면, 앨범은 듣는 재미를 보다 많이 안겨준다.

두 개의 수록곡 '붉은 밭', '매니큐어'를 각각 어쿠스틱한 편곡과 일렉트로니카 버전으로 재녹음한 트랙들을 듣는 맛도 있다. 원곡보다 더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붉은 밭'의 어쿠스틱한 편곡과 완연히 색다른 느낌을 주는 '메니큐어'의 일렉트로니카 편곡은 완전히 새로운 곡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인디신의 음악은 점차 세분화되고, 다양화되고 있지만 한켠에서는 획일화돼 가는 모습도 발견 가능하다. 최근 주목을 받는 뮤지션들의 음악적 색깔이 어떠한지를 조금만 생각해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국카스텐의 음악은 그만큼 더 큰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어렵게 뿌리내린 한국의 대중음악이 만만치 않게 굵은 줄기로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agträume> / 국카스텐 / 루비살롱

01. 붉은 밭
02. 매니큐어
03. 붉은 밭 (ver. Acoustic)
04. 매니큐어 (ver. Electronic)
05. Tagträu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