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은 10일자 보도에서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올해 공개된 비밀해제 문서와 다른 미국 정부 문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정보의 출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공개한 한국전 관련 문서, 민간연구소인 국가안보기록연구소(NSA)가 정보공개법을 활용해 얻어낸 비밀해제 문서, 국가 정보 관련 역사가들과 작가 매튜 에이드가 미국의 국립기록보관소에서 찾아내 <AP> 통신에 제공한 옛 기밀문서 등이다.
이 문서들에 따르면, 한국전쟁 중 미 공군 폭격기들은 평양 상공 위에서 원자폭탄 투하를 위한 예행연습 비행을 했다. 또한 1960년대에는 핵폭탄을 탑재한 주한미군 공군기들이 15분내 대북 타격을 위한 비상 출격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 이 외에도 지난 4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모든 선택지(option)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하며 북한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 한국전쟁 기간 "늘 원폭 사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비밀 해제된 미 육군 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핵무기가 한국의 전장에 처음으로 배치된 때는 전쟁 발발 7주 후인 1950년 8월 중순이었다. 2개의 원자폭탄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져 적어도 22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였다.
1950년 11월 중공군이 개입했을 때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늘 원폭 사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 역시 "북·중 접경지역에 원폭을 30~50개 투하할 계획이었다"고 발언한 것이 그의 사후 발간된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알려졌다.
원폭 투하가 더욱 현실화된 것은 1951년 4월. 트루먼 대통령의 승인 하에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중공군의 공격이 대규모로 새롭게 시작되면 원폭으로 보복 공격을 가하라고 명령했다.
미군이 중공군을 격퇴해 결국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미군의 '옵션' 계획은 유효했다. 그 해 9~10월에는 미 공군 B-29 전폭기들이 평양 상공에서 모형 원폭을 투하하기로 한 것이 새로 입수된 미 육군 계획 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1953년엔 미 국방부의 공군 참모진이 '최단 기간 내' 승리하기 위해 원폭을 사용할 것을 건의했고, 이어 5,6,7월에도 원폭 공격 계획에 대한 진전 상황이 보고됐다.
■ 휴전 후, 미 육·해·공군 원폭 경쟁
휴전 후엔 '대량 원폭' 가능성까지 논의 됐다. 1953년 8월 20일 미 전략공군사령부는 공산군의 적대 행위가 재개될 경우 "중국, 만주, 북한에 원폭을 투하"하는 '작전계획 8-53'을 공군 사령부에 보냈다. 여기에는 "대량 원폭 사용"이 언급 돼 있다.
또한 휴전 후 미국의 육·해·공군 사이에서는 내부 경쟁이 격화되어 원폭 늘리기 경쟁에 도입한다. 한 비밀 해제 문건에는 공군 사령관들이 "해군의 '더 크고 즉각적인' 원폭 공격 능력을 상쇄하기 위해" 원폭 투하 능력이 있는 F-84G 공군기를 한반도에 더 많이 배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쟁 속에서 1950년대 말이면 육·해·공군마다 "비교적 충분한 원폭 시대"를 맞았다는 사실이 공군의 한 메모를 통해 확인됐다.
▲ 지난 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중거리탄도 미사일(IRBMs)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 등장했다고 <NHK>와 <교도통신>이 일본의 북한뉴스 전문 청취기관인 <라디오프레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연합뉴스 |
"미국의 핵무기 위협이 북한 핵 개발 키워"
1967년엔 남한과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된 핵탄두의 수가 정점에 이른 것으로 후일 민간 연구자들은 추산했다. 1969년 북한이 동해 상공에서 미군 정찰기를 격추했을 땐 멜빈 레어드 당시 미 국방장관 등은 "15분내 북한 비행장을 타격"할 수 있는 주한 미 공군의 핵전술기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핵보유국인 중국과 소련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어 이 계획은 폐기됐다.
또한 1975년에는 북한의 재남침 위협에 남한 내 미국 핵무기의 배치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 후 한국에 배치된 핵무기 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1991년엔 결국 완전 철수가 발표됐다.
이같은 역사와 관련해 미국의 지속적인 핵 공격 위협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교관 출신으로 군축과 북한 문제를 다뤘던 일본 캐논국제연구소의 미네 요시키는 "(미국의 핵 공격 옵션이) 북한에 핵무기를 개발, 획득, 보유할 구실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안보가 확보되지 않는 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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