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일부 누리꾼들은 집회까지 열어 치킨가격 인하 운동을 벌일 태세다.
프랜차이즈協 "마진 800원"
프랜차이즈협회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치킨 한 마리당 프랜차이즈 본사는 800원, 가맹점은 4000원 정도 마진을 본다"며 "결코 폭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보통 치킨요리에 쓰이는 1㎏ 분량의 닭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1.5~1.6㎏의 생닭을 잡아야 한다(수율 65%). 내장, 피, 털 등을 제거해 무게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무게가 나가는 살아있는 닭의 평균가격은 3260원 정도다. 도계하고 치킨요리가 쉽도록 여덟 조각으로 나누는데 650원가량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는 보통 치킨요리에 쓰이는 생닭 한 마리당 3910원 정도를 들여 구입한다.
프랜차이즈본사는 이렇게 구입한 닭을 평균 800원의 마진을 남겨 약 4500원~4900원가량에 가맹점에 내판다. 가맹점의 재료원가는 본사에서 구입한 닭값 4500원에 무, 음료수, 배달비, 배송료, 포장비, 판촉비 등을 모두 합쳐 7232원이 더 붙은 1만2014원으로 올라간다. 보통 치킨 값이 1만6000원가량인만큼, 가맹점은 닭 한 마리당 4000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협회 측은 "가맹점이 공급받는 닭값(4500원)도 개인사업자가 할인마트나 도매 시장에서 구입하는 생닭 가격보다 30% 정도 저렴하다"며 "800원의 마진도 브랜드 개발, 신제품 개발, 광고 판촉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폭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맹점주들 역시 대체로 협회의 계산이 맞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정모 상인(51)은 "올리브유를 써서 닭을 튀기는데, 올리브유 값은 보통 한 통에 식용유의 세 배 정도인 12만 원"이라며 "2~3일에 한번씩 치킨통에 든 기름을 갈아주니, 한달에 올리브유 값만 200~300만 원이 나간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공동으로 가게를 꾸리는 김모 씨(48)는 "치킨은 피자에 비해 마진이 적게 남아 우리도 먹고 살기 팍팍하다"며 "원가가 몇 백원밖에 안 하는 커피는 비싸다고들 안하면서 왜 우리보고만 이러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닭 한 마리당 마진이 30% 정도"라고 밝혔다.
정 씨에 따르면 이 가맹점은 보통 닭 한 마리를 본사에서 4900원 정도에 들여온다. 이에 더해 시급이 5500원 정도인 배달아르바이트생에게 매달 150만 원 정도의 인건비를 지불하고, 100만 원의 월세를 낸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를 계기로 그 동안 상대적으로 거론되지 않던 소비자 권리가 여론의 중심에서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롯데마트의 저가상품 판매는 결국 상권 장악을 목표로 했다는 점과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선의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는 입장도 많다. ⓒ연합 |
"프랜차이즈 본사는 문제 없나"
프랜차이즈협회가 원가를 공개하는 강수를 뒀음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인터넷에는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다시 먹고 싶다는 항의가 빗발치며 각종 패러디물이 제작되고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은 18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치킨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가두시위와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역시 본사에 대한 불만을 어느 정도 토로했다.
정 씨는 "우리가 입은 유니폼은 물론이고, 홍보를 위해 돌리는 전단지와 고객에게 제공하는 텀블러, 캘린더, 화장품, 우산 등의 사은품까지 몽땅 가맹점이 부담한다"며 "행사비 지원도 안해주면서 자꾸 돈을 쓰게 만든다"고 말했다.
과도한 판촉비를 낮추면 치킨 가격이 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씨는 그러나 "프랜차이즈 치킨을 고객에게 싸게 팔 수 있다면 우리도 좋다"면서도 "본사에서 원가를 인하시켜줘야 우리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론이 프랜차이즈 업계에 불리하게 흘러가면서, 이번 사건의 발단이었던 롯데마트 측은 당당한 분위기다. 저가 피자 사태로 여론의 포화를 맞았던 이마트의 사정과 다르다.
롯데마트 본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누리꾼들이 궁금해하는 무, 콜라 등의 원가는 빼고 닭값만 공개한 것 아니냐"며 "자기들(프랜차이즈 본사)이 피해입은 것처럼 하는데, 아무도 반응하지 않으니 우리쪽을 물고늘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원가를 높여놨기 때문에 가맹점도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우리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 통큰치킨을 내놓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큰치킨의 원가도 공개하라'는 협회 측의 요구에 대해서는 "중간거래 업체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안 할 것"이라며 "다만 역마진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이 요구하는 통큰치킨 판매 재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측은 "정부가 프랜차이즈를 육성 사업 차원에서 접근하며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자영업을 하려면 프랜차이즈 본사에 돈을 지불해야만 장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서민을 대변한다'는 접근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다만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자영업자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일부 분야에는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할 수 있는 시장분리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치킨대전'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의 핵심인 대형자본의 자영업 영역 침해는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롯데마트의 저가 상품 판매가 결국은 상권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정책이고, 이로 인해 영세상인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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