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현대그룹 "채권단이 현대차에 무릎 꿇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 즉시 철회" 요구

현대건설 채권단(주주협의회)이 자사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현대그룹이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채권단은 17일 열릴 전체회의에서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 해지 동의안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거부 동의안을 동시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대그룹은 보도자료를 내 "(채권단의 대응은) 법과 MOU 및 입찰규정을 무시한 일방적인 폭거"라며 "채권단은 즉각 MOU 해지 안건 및 SPA 체결 거부안건 상정을 철회하고 미뤄 온 정밀실사를 즉시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인수능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짙어지자 나티시스 은행 대출계약서 대신 대출 확인서를 두 차례 채권단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현대그룹은 "이와 같이 추가된 진술 및 보장사항은 대한민국 인수ㆍ합병(M&A)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요구에 적극 협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은 그간 두 차례 제출한 대출확인서가 계좌의 자금이 대출금이며, 현대건설과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이 담보로 제공되지 않았고, 현대그룹 계열사가 보증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채권단은 대출계약서를 확인해야만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대그룹은 "상기 두 건의 대출확인서는 적법한 서명권한을 가진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기업금융담당 공동 대표들이 서명한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로, 채권단도 이미 사실임을 확인했다"며 "채권단이 MOU 해지를 결의하고 SPA 체결을 거부하는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애초부터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뒤집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특히 인수경쟁자인 현대차그룹을 두고 "근거 없는 의혹제기와 끊임없는 이의제기를 통해 국가적 우선순위의 뒤바꿈을 주도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채권단에 대해서도 "입찰일로부터 1영업일 전인 지난달 12일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다며 비가격 요소를 높여 현대차그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된 불공정한 입찰을 진행했다"며 "배타적 협상권자인 현대그룹을 보호해야 하는 채권단 본연의 책무를 포기하고 도를 넘은 현대차그룹의 막가파식 협박과 압력에 채권단은 굴복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