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국가고용전략2020'을 발표하면서 파견업종의 확대 의사를 밝힌데 이어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첫발로 직업안정법을 개정해 직업소개소등 고용서비스 분야의 민영화를 확대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16일 '직업안정법 전부 개정,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의 위험성'이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정부가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이름을 바꾸고 노동자의 직업안정 도모라는 본질보다는 고용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민간 인력중개산업 활성화에 치중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도 준수하지 못하고 해고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파견 노동자가 더 많이 양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법의 핵심 목적 중 하나인 '근로자의 직업안정도모'를 폐기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지속적인 발전'으로 대체함으로써 기업 중심의 인력수급 정책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고용서비스의 민영화를 위한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정부는 표면적으로 고용서비스에서 공공과 민간 부문의 동반 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노사정위원회 합의과정에서 공공인력확충은 거부하면서 민간위탁확대, 민간 고용서비스 육성 등의 내용을 구체화했다"며 "공공기관의 고용서비스 수준이 취약한 상태에서 민간위탁 활성화는 시기상조이고 정부가 중간착취를 일상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이밖에도 개정안에서 △직업소개 개념에 근로자 모집 기능을 포함해 실제 사용자가 불명확해 진 점 △직업소개 요금 자율화로 임금 저하 우려를 심화시킨 점 등을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고용 알선기관의 영세성을 개선한다면서 오히려 진입장벽을 낮추고 수익을 보장해줌으로써 차후 대기업 가맹점 중심의 파견업체가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직업 소개와 파견, 파견과 도급의 경계가 날로 흐릿해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이 경계를 더욱 없애 구분의 의미가 없으니 경계를 허물자는 압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용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면 인력에 비해 너무 많은 일을 담당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중앙고용센터의 확대 개편이 절실하다"며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고용서비스(PES) 지출 비율은 2002년 기준 0.05%로 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용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걸음마 수준인 공공부문부터 지출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뛰어넘고 민간에 역할을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법 파견 사업영역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대형화를 통한 종합 고용서비스업체를 키운다 해도 불법 행위와 수수료 착취는 존속될 거라는 설명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과도한 수수료와 간접고용 문제, 노동인권 침해 등 노동력 중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모두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중개기관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법ㆍ편법 수수료 수취를 강행해 야기된다"며 "이에 대한 근원적 처방은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열악한 공적 고용서비스 부문을 확대하는 것인데 고용노동부의 육성책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지금 필요한건 직업안정 기능에서 민간 기능의 확대가 아닌 공공성의 확충"이라며 "민간 노동력 중개기구의 진입요건을 강화하고 무허가ㆍ수수료 관련 규정 위반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 노동력 중개 기능에 대한 정기적이고 세밀한 실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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