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선동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태를 지나면서 부쩍 늘어난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동에 희생되는 이들은 대개 힘없고 가난한 이들입니다.
100년 전, 아니 1000년 전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을 '악(惡)'으로 몰아붙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전쟁이 터졌고, 역시나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많이들 죽고 다쳤습니다.
11세기부터 약 200년 간 진행된 십자군 전쟁은 무책임한 전쟁 선동이 낳은 결과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서유럽의 가톨릭 국가 지도자들은 '성지(聖地) 예루살렘'을 이교도의 손으로부터 되찾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명분은 그저 명분에 불과했지요.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고 숱한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현장은 대부분 이런 종교적 명분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습니다. 십자군이 같은 기독교 문명권을 공격해서 약탈과 학살을 벌였던 데서도 잘 드러나는 사실입니다.
결국 지난 200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리스를 방문하여 과거 십자군에 의한 침략과 학살, 약탈행위 등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사를 모르는 정치지도자들이 아직 많습니다. 지난 2003년, 미국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침략하면서 '십자군'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불과 2년 전에 교황이 '십자군'에 대해 사과한 사실조차 몰랐던 걸까요.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 현실에서 얼마나 어리석은 결정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입니다.
마침 그 무렵, 젊은 작가 김태권이 <프레시안>에 만화 '십자군 이야기'를 연재했습니다. 십자군 전쟁에 대한 탁월한 설명 위에 이라크를 침략한 부시 대통령에 대한 풍자가 양념처럼 뿌려진 이 만화는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연재만화를 묶어낸 책인 <십자군 이야기 1-충격과 공포>, <십자군 이야기 2-돌아온 악몽>은 15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베스트셀러로 기록됐습니다. 특히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으로 유명했지요. '인문학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연재가 중단됐고, 총 6권으로 계획됐던 '십자군 이야기'는 2권에서 멈춰있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애를 끓였지요.
그리고 다시 전쟁을 선동하는 목소리가 요란한 지금, 김태권 작가가 <프레시안>에서 '십자군 이야기' 연재를 재개했습니다. (☞관련 기사: "전쟁의 시대, '십자군'이 돌아왔다")
독자들이 기다리던 <십자군 이야기> 3권 연재는 오는 2011년 1월, 그러니까 약 보름 뒤에 시작됩니다. 그에 앞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십자군 이야기> 1, 2권 요약본이 모두 6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십자군 이야기> 1, 2권을 이미 읽은 독자들은 기억을 되새기는 기회가,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은 내년 초 연재되는 3권에 앞선 이야기를 만날 기회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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