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예상을 깨고 FIFA월드컵축구대회를 유치하였다는 것이었다. FIFA역사상 가장 작은 나라가 세계 최대의 스포츠행사를 개최하게 되었으니 가히 놀랄 일이다. 인구 100만 명도 안 되는, 경기도만한 작은 나라가 과연 그런 큰 행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축구장을 비롯해서 행사에 필요한 부대시설들을 이제부터 지어야 한다니 앞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소모될 것이며 그러다 보면 또한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이다. 축구경기가 열리는 여름철에는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더위가 계속된다는데 선수들이 과연 공을 찰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들리는 얘기로는 축구장을 에어컨으로 둘러싼다고 하니,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며 또한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인가.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고 해서 지구인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국제축구연맹이나 카타르는 돈벌이나 경제개발만 생각할 뿐 그런 지구인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물론, 그래 봐야 카타르가 배출할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 세계의 총배출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러나 카타르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본질을 잘 요약하는 하나의 좋은 상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카타르는 허허벌판도 아닌, 그야 말로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 석유를 퍼부어서 일군 나라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방문한 어느 미국인 학자는 이 모래위의 도시를 뉴욕 맨하탄의 축소판이라고 묘사하였다. 뉴욕의 맨하탄이라고 하면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동네가 아닌가. 겉으로는 맨하탄의 축소판이라고 하지만 도하의 속은 미국식 생활양식이 초호화판으로 전개되는 곳이다. 식구 수대로 방이 있고 방마다 에어콘이 설치되어 있는 큼지막한 저택, 조그마한 영화관 같은 거실, 집집마다 두 서너 대씩의 자동차, 어른 손바닥보다 큰 스테이크에 채소와 과일이 듬뿍 드리워진 기름진 식사, 각종 최첨단 가전제품, 등. 이런 것들이 미국식 생활양식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국식 생활양식은 석유를 물 쓰듯 하고 이산화탄소를 소방차 호수처럼 뿜어내는 환경파괴적 생활양식이며, 뉴욕의 맨하탄은 물먹듯 석유를 먹는 하마다. 미국인들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으니, 세계인구의 4.6%밖에 되지 않는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총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세계의 모든 나라가 미국처럼 부자나라가 되려고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세계 모든 나라의 국민이 뉴욕 맨하탄과 같은 곳에서 미국사람처럼 살고 싶어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촌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미국식 생활양식이 급속도로 퍼졌고 맨하탄의 축소판이 동서남북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솟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아프리카가 가난에 찌든 대륙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미국식으로 살아가는 인구가 절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카타르 같은 곳이 아프리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 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TV 방송을 통해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지켜보던 카타르 국민들이 월드컵 개최 선정에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
요즈음 중국 대도시의 겉모양은 뉴욕 맨하탄과 별로 다르지 않다. 서양식 고층건물, 백화점, 아파트, 코카콜라와 명품 광고가 붙은 상가, 햄버거가게 등이 즐비하고, 서양식 아스팔트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넥타이에 양복을 차려입은 중국 남자들과 양장을 한 중국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 역시 석유를 물 쓰듯 하고 이산화탄소를 소방차호수처럼 뿜어대는 미국식 생활양식을 쫓아가다 보니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있어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중국에 이어서 인도에도 미국식 생활양식이 급속히 퍼지고 있고 카타르 같은 곳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인도의 노인에게 "인도의 젊은이들도 채식주의자가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럼요"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젊은이에게 물어봤더니 "천만에요. 우리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육류소비가 채소소비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식 생활양식이 번지고 있는 곳이 어디 인도뿐이랴. 남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느 학자는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로 세계가 점점 더 편편해(flat)지고 있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미국식, 한국식, 중국식, 인도식, 이슬람식 등 제 각기 다른 생활양식과 건축양식으로 지구촌이 들쭉날쭉 했지만, 지금은 미국식 소비문화와 도시화가 지구촌 곳곳을 채우고 있어서 어디를 가나 비슷해 보인다. 지구촌이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로 점차 획일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학자는 이 한정된 지구촌에 '미국인'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바로 여기에 지구촌의 근본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제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는 전 세계의 규범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식 생활양식을 쫓아가면 이 지구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원은 점차 고갈되고 대기 중에 축적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지구의 온도는 빠르게 높아갈 것이다. 수년 내에 지구인들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인류의 파멸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환경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일단 세계의 인구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자원고갈과 지구온난화의 우려 없이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현재 미국인의 평균 생활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구가 서너 개가 더 있어야 한다는 계산도 있다. 현재 세계 인구는 약 67억 명으로 추산되는데 2050년에는 9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의 생활수준까지 미국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구가 7, 8개 필요하다고 한다.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까지 빛의 속도로 달려도 수억 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하나도 아니고 6, 7개의 지구를 어디에서 끌어올 것인가.
그렇다면, 지구촌 모든 사람이 미국식 생활양식으로 뉴욕 맨하탄과 같은 곳에서 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고 중국사람, 인도사람, 아프리카사람, 남미사람에게 옛날로 돌아가서 옛날처럼 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이들 모두 미국인처럼 잘 살 권리가 있다. 지구촌 사람들의 이 권리와 지구의 한계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인류 앞에 가로놓인 최대의 과제다.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 그리고 카타르식 막무가내 개발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카타르의 월드컵축구대회 유치는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는 미국인의 끝없는 물질적 욕망에 의해서 추동되고 있다. 흔히 이 욕망을 천민자본주의 욕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로 그 욕망이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를 초래하였으며 세계 경제위기의 요인이 되었음을 미국의 지성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이제 미국인의 그 욕망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바로 이점을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깊이 인식하고 반성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매우 어두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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