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동네 치킨집'은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퇴직한 이들이 하기에 쉬운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낮고, 창업 자본도 다른 요식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적인 영세 자영업종으로 꼽힌다.
그런데 대표적인 재벌 기업이 영세 자영업 분야로 진출한다니, 분노가 폭발할 밖에. 실제로 동네 치킨집 주인들은 롯데마트의 이번 결정을 '생존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반발 여론이 더 거세다. 대기업에 편향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현 정부조차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데, 롯데마트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게다.
이런 정서는 누리꾼들도 공감한다. 평범한 회사원, 학생, 실업자, 가정 주부인 그들 역시 '동네 치킨집'의 위기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다. 사회 안전망이 없다시피한데, 고용 불안은 날로 심해져가는 한국에선 '동네 치킨집'이 사실상 노후 대책이다.
롯데마트가 '통 큰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대폭 할인한 치킨을 내놓는다는 보도가 나온 8일 이후, 온라인 공간에는 '통 큰 치킨'을 풍자하는 글과 그림이 넘쳐난다.
▲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통 큰 치킨' 풍자 그림. 누리꾼들은 '닭머리 지도'라고 부른다. |
이 가운데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사인사이드 치킨갤러리'에 올라온 한 그림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 곳곳에 있는 롯데마트 지점을 선으로 연결하면 닭 머리 모양과 닮았다는 것. 이 그림을 본 누리꾼들은 롯데마트가 오래 전부터 '통 큰 치킨'을 준비해 왔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며 즐기고 있다. 그러나 씁쓸한 뒷맛이 남는 웃음이다.
관련 업계에선 치킨 시장 전체 규모를 연간 5조 원대로 추산한다. 전국에 있는 매장 수는 5만여 곳으로 파악된다. 평균 매출이 1억 원대가 되는 셈인데, 여기서 가게 임대료와 제품 원가 등을 제외한 게 가게 주인의 수입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치킨가게 역시 양극화가 심하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가게는 아슬아슬한 수준에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를 향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치킨 가격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익이 너무 높게 반영돼 있다는 게다. 유명 브랜드 치킨에 대해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이 터져 나온 셈이다.
한편, 롯데마트는 중소 상인들의 다양한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통 큰 치킨'이 처음 출시되는 9일, 롯데마트는 주요 일간지에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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