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가디언>은 7일 런던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의 고위급 외교관과 유럽국의 정보 관리들의 말을 빌어 "미국의 테러 경보는 정치적인 동기로 발동됐으며 신뢰할 만한 새로운 정보에 기초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 파키스탄이 영국에 파견한 고위급 외교 사절 와지드 샴술 하산. 그는 "미국 요원이 파키스탄 주권을 계속 침해한다면 공공의 분노가 미국 요원에 대한 공격으로 분출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뉴시스 |
"테러 위협은 오바마와 CIA의 합작품"
파키스탄 정부가 영국에 파견한 고등 판무관(고위급 외교 사절) 와지드 샴술 하산은 "오바마 행정부가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테러 위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올해 미군 병력 증강이 미국인들에게 비판을 받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테러 경보를 내렸다"고도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 다른 고위 당국자들도 유럽에서 게릴라전 형태의 테러 계획이 있다는 주장을 퍼트린 배후로 미국 정부와 중앙정보국(CIA)을 꼽고 있다. 미군이 파키스탄 영토에 정찰기를 보내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데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일자 궁여지책을 썼다는 지적이다. 지난 달 미국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파키스탄 내 사망자수는 120여 명으로 월간 기록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이 신문은 "테러 음모설은 이미 몇 달 전에 서방 국가의 정보기관에에 의해 알려졌는데 (곧바로 공개되지 않고) 지난주에야 비로소 미국 언론을 통해 새어나왔다"며 테러 위협이 미국 국내정치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토마스 드 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독일을 향한 긴급한 테러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며 "독일에 대한 위협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유럽 고위 당국자들 또한 "설사 테러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美, 잇단 미사일 발포로 파키스탄 주민 공포 확산
유럽 당국자들은 "미국의 (파키스탄 내) 미사일 발포는 긴급한 위협과 싸우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선제공격에 가깝다"며 "이는 집단 살해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해 최근 미사일 공격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파키스탄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한 하산은 "왜 미국이 파키스탄에 그렇게 많은 고통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의 행동들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간표를 짠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과 '분명히' 관련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병력을 증강했고 따라서 미국인들은 지금 조급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파키스탄 외교관은 "2004년 6월부터 미사일 공격이 시작됐다"며 "파키스탄 정부는 마지못해 공격을 승낙했지만 미국의 공격은 이제 파키스탄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하산은 "미국의 정치인들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파키스탄의 협조가 얼마나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 파키스탄의 주권을 계속 침해한다면 공공의 분노가 파키스탄 안에서 활동하는 미국인들에 대한 공격으로 분출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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