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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대출계약서 대신 '확인서' 제출…진흙탕 싸움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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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대출계약서 대신 '확인서' 제출…진흙탕 싸움 양상

현대-현대차-채권단 싸움 최악 국면 이어져

현대건설 매각 질서가 무너지면서, 최악의 국면으로 가고 있다. 채권단과 인수희망자, 매각대상자들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는 모양새다.

3일 현대그룹은 이번 인수협상 논란의 핵심이 됐던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대출조건이 '무담보, 무보증 대출'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대출확인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 대출계약서는 제출하지 않아

현대그룹에 따르면 A4용지 2장 분량인 이 문서는 △나티시스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은 대출금이며 △현대건설 주식이 담보로 제공돼 있지 않고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 역시 담보로 들어가 있지 않으며 △현대그룹 계열사가 대출에 대해 보증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번 확인서는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계약서 내용을 확인한다'는 공증을 거친 것"이라며 "채권단이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이 근거 없음을 입증하는데 문제가 없는 자료"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가 아니라서 앞으로 또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권은 현대그룹의 이와 같은 대응에 대해 "사실상 채권단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출관계의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신뢰도 있는 문건이 아니기 때문에 양자(현대그룹, 나티시스) 간 정확한 거래조건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은 이날 오후 "법률 검토를 한 뒤 9개 기관이 참여하는 주주협의회에서 추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법률 검토를 하고 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추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이와 같은 입장 변화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인수협상 관례상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는 전례가 없어, 이 정도 대응을 한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또 발끈

일단 이번 논란은 다음주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다음주 초 주주협의회를 열어 대출확인서가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내놓은 해명자료가 의혹을 해소하는데 불충분하다고 파악할 경우 다시 5 영업일의 시한을 두고 시정 요구를 할 권한이 있다.

만일 채권단이 대출계약서 제출을 다시 요구하고 현대그룹이 이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현대건설 매각이 예상 이상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신 선정되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역시 보도자료를 내 "제3자가 현대건설 주식, 현대그룹 계열사 자산을 담보로 나티시스 은행에 제3자 보유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나티시스 은행의 손자회사이며, 현대상선의 주요 거래고객으로 알려진 넥스젠캐피탈이 나티시스 은행 대신 현대그룹 자산을 담보로 잡아 자금을 대출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 매각이 사실상 양대 그룹 총수 일가의 끝모를 대립으로까지 확대됨에 따라 제3의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을 포스코처럼 국민기업화하라는 요구가 그것이다.

무리하게 재벌계열사로 재편입시켜 기업의 성장가치를 갉아먹는 것보다 지속적인 자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더 맞다는 얘기다. 시민사회단체와 현대건설 노조는 지속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현대건설 생존력을 키우는 게 맞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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