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던 박종태 대리가 2일 재심을 청구했다. 박 대리는 지난달 3일 회사 전산망에 노동조합 설립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고, 같은 달 26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삼성전자 내부 규정에 따르면, 징계 통보를 받은 직원은 일주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룹장이 박 대리와 만나지 말라고 했다. 이게 '왕따' 아니면 뭐냐"
박 대리는 2일 삼성전자 측에 재심 청구 자료를 제출하며, 회사 측의 징계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예컨대 삼성전자 측은 박 대리가 왕따를 당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박 대리가 언론에 허위 사실을 전달했다는 게다.
하지만 박 대리는 지난 7월 회사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당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반박했다. 박 대리는 "동료들로부터 '그룹장이 박 대리와 만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런 게 바로 '왕따' 아니냐"라고 밝혔다. 당시 박 대리는 관리자의 허락 없이는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동료를 만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직원 건강 무시하는 삼성 문화, 백혈병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
이어 박 대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대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사내 전산망에 백혈병 논란에 관한 회사의 입장을 공지했다. "일부 단체의 억지 주장에 동요하지 마시고 회사를 믿고 당당하게 근무해주시길 바랍니다", "임직원의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 등이 그 내용이다.
박 대리는 회사 측의 이런 입장과 자신에 대한 징계 결정이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왕따 근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다양한 병을 앓게 됐다고 했다. 또 회사 측은 그가 목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가 신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업무에 갑작스레 발령을 냈다고 했다.
실제로 박 대리가 회사와 맞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 또 과거 '한가족협의회(삼성전자 노사협의회)' 노동자 위원으로 일할 당시, 그가 관심을 쏟았던 문제도 임신한 여직원의 건강 문제였다. 직원의 건강을 해치는 결정이 손쉽게 내려지는 기업 문화와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삼성에 대한 국민적 환상, 이제 의심 품을 때"
그리고 박 대리는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5학년 자식과 아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 부끄러운 아버지, 가족 모두를 울게 만든 못난 아버지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가족과 동료들 앞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것뿐"이라며 "(회사가) 징계해고를 철회하여 자랑스러운 삼성전자 사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박 대리를 꾸준히 지원해 왔던 삼성일반노조는 지난달 29일 "사회의 양심은 삼성재벌을 포기했나, 버렸나!"라는 논평을 내 박 대리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삼성일반노조는 이날 논평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ISO 26000'이 발효된 지금도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는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또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삼성이 직원들을 상대로 무노조 특별교육을 실시한 데 대해서도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란 듯이 역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삼성일반노조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삼성, 그것도 삼성전자에서 23년 근무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말한 것은 삼성재벌과 삼성노동자들에게 가졌던 국민적 환상이 잘못되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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