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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역사를 바꾼 세 가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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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역사를 바꾼 세 가지 순간

[화제의 음반] 지미 헨드릭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노라 존스의 모음집

지미 헨드릭스 [웨스트 코스트 시애틀 보이]

▲지미 헨드릭스 [웨스트 코스트 시애틀 보이] ⓒ소니뮤직
1967년, 비틀즈가 인도의 어딘가를 헤매던, 에릭 클랩튼이 크림을 결성해 재즈와 사이키델릭을 연주하던, 제퍼슨 에어플레인이 약에 취해 비틀거리던, 핑크 플로이드가 사이키델릭 밴드로 출발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지미'로 불린 제임스 마샬 헨드릭스는 자신의 밴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를 결성해 이들의 음악을 모조리 뭉뚱그린 걸작 [아 유 익스피리언스드?(Are You Experienced?)]를 발표했다. 사이키델릭, 블루스, 훵크, 로큰롤이 혼합된 이 음반은 기존의 어떤 사이키델릭록보다 강력한 디스토션을 걸어두었고, 블루스의 핵심으로 곧바로 다가갔으며, 훵크의 리듬감마저 놓치지 않았다.

이후 거침없이 앨범을 쏟아내던 그는, 말 그대로 불꽃처럼 타들어간 후 세상을 떠났다. 그가 활동하던 약 3년의 시기가 있었기에 1960년대는 '팝'이 아닌 '록의 르네상스기'로 기록될 수 있었다.

[웨스트 코스트 시애틀 보이: 더 지미 헨드릭스 앤솔로지(West Coast Seattle Boy)]는 지미 헨드릭스가 리틀 리처드를 비롯한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활동할 때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녹음한 각종 미발표 음원과 데모, 커버곡 등을 묶어낸 모음집이다.

소니뮤직 산하 복각 레이블인 레거시는 올해 들어 지미 헨드릭스의 유산들을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미발표곡 네 곡을 묶은 [밸리즈 오브 냅튠(Valleys Of Naptune)]을 내놓았고, 11월에는 미발표 음원을 총정리했다.

[웨스트…]는 두 가지 구성으로 발매됐다. 국내에 라이선스된 음반은 1시디(CD)+1디브이디(DVD)형식으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시절인 1967년부터 사망 직전인 1970년까지 녹음한 곡들을 시디에 모아두었다. [지미 헨드릭스 부두 차일드]라는 제목의 DVD는 새롭게 공개되는 다큐멘터리로, 전설적인 훵크 밴드 훵카델릭, 팔리아먼트를 이끌던 붓시 콜린스가 내레이션을 맡아 지미 헨드릭스의 과거를 들려주고 있다.

넉 장의 CD(8장 엘피버전도 발매됨)와 한 장의 디브이디로 구성된 박스세트는 쉽게 구하기 힘든 자료인 지미 헨드릭스의 알앤비 사이드맨 시절과, 1967년 즈음, 1968년 즈음, 그리고 사망 전 시기를 각각 연대기별로 나눠 담았다. 국내 라이선스반은 이 박스세트에서 중요한 곡들만 모아 뽑은 축약본이다.

1970년 가을 사망 때까지, 지미 헨드릭스가 남긴 넉 장의 정규앨범(밴드 오브 집시스 시절까지 포함)은 대중음악사에 남은 가장 중요한 기록이다. 그의 등장 덕분에 노랫말이 없이, 단지 연주만으로도 청년세대의 시퍼렇게 날이 선 시대정신과 펄떡거리는 젊음의 생명력을 표현 가능하단 걸 사람들은 알게 됐다. 기타가 블루스에서만이 아니라 록에서도 상징적 지위를 얻게 된 순간이다. 지미 헨드릭스로 인해 기타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청년세대의 상징물이 됐다. [웨스트…]는 기타 신의 역사를 기록한 대중음악계의 경전이다. 요약본에 불과하겠지만.

브루스 스프링스틴 [더 프러미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더 프러미스] ⓒ소니뮤직
1975년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그의 괴물과 같은 경력의 시작을 상징하는 세 번째 앨범 [본 투 런(Born To Run)]을 발매했다. 밥 딜런과 필 스펙터,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던 청년은 소박한 기타선율 위에 풍성한 리듬을 얹은 이 앨범으로 아메리칸 드림에 상처받은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타임>, <뉴스위크> 등 유수의 매체들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그가 곧 미국의 진짜 얼굴이었다. 상처입었으나, 성공해버린 얼굴.

이 앨범의 성공 이후 나온 [다크니스 온 디 에지 오브 타운(Darkness On The Edge Of Town)]은 조금 의외의 소리를 담고 있었다. 오토바이 사고 이후 짧은 은둔기를 가졌던 밥 딜런처럼, 뉴저지의 농장으로 이사한 후 '보스'는 성공이 가져다준 후유증을 담은 기록을 어둡고 우울한 소리에 담아냈다. 앨범 발매 이전 그는 매니저, 프로듀서와 법정 다툼까지 가야 했다. 성공의 후유증이었다.

[다크니스…]에서의 반전 이후 그는 [더 리버(The River)], [네브라스카(Nebraska)], [본 인 더 유에스에이(Born In The U.S.A.)] 등 걸작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크니스…]는 결국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청년에서 '보스'로 성장하던 시기를 기록한 앨범이 됐다.

[본 투 런]과 [다크니스…] 사이의 3년 공백은 그러나 무수한 미발표곡을 남겨 놓았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청년기를 보내던 시기 만든 약 40여 곡이 사라질 뻔했다. [더 프러미스(The Promise)]는 이 미발표곡들을 모은 기획작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선곡했고, 전설적인 엔지니어 밥 클리어마운틴이 믹싱했다. 국내에는 미발표곡만 두 장의 시디에 담은 모음집이 라이선스됐으며, 여기에 [다크니스…]를 리마스터하고 석 장의 디브이디를 합한 [더 프러미스: 다크니스 오브 디 에지 오브 타운 스토리]란 이름의 박스세트가 따로 발매됐다.

<레이싱 인 더 스트리트(Racing In The Street)>는 [다크니스…]에 수록된 곡이지만 21개의 트랙 대부분이 미공개 음원이다. <비코즈 더 나이트(Because The Night)>, <파이어(Fire)> 등 그가 앨범에 싣지 않고 패티 스미스와 포인터 시스터스에게 준 노래들도 포함됐다.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다크니스…]를 공동 프로듀스했던 매니저 존 랜도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다크니스…]에서 표현하려던 본질이 몇몇 히트곡(비코즈 더 나이트, 파이어)들로 가려지는 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더 프러미스]는 뒤늦게 발견된 [본 투 런]과 [다크니스…] 사이의 '미싱 링크'인 셈이다. 고요히 숨겨져 있던 보석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됐다.

노라 존스 […피처링]

▲노라 존스 […피처링] ⓒ워너뮤직
노라 존스가 2002년 믿기지 않는 성공을 거뒀을 때 사람들은 두 번 놀랐다. 음반에 담긴 내용물이 외모 이상이었다는 데서 한 번, 그의 아버지가 대중음악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친 라비 샹카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이었다.

1000만 장 이상 팔아치우며 블루노트 레이블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데뷔작 [컴 어웨이 위드 미(Come Away With Me)]는 적어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노라 존스의 이름이 아버지의 그것보다 더 크게 울리도록 했다. 재즈적 분위기에 포크팝의 선율을 얹은 이 음반은 그해 나온 어떤 경쟁작보다 팝적이었다.

이후 그는 로큰롤러들과 협연했고, 컨트리 음악을 들려줬으며, 힙합에 목소리를 제공했다. 푸 파이터스에서부터 아웃캐스트까지 언급이 가능할 정도다. 한 장르에 묶는 건 불가능해졌다.

[…피처링(…Featuring)]은 지난 8년간 그의 광폭한 행보를 정리한 모음집이다. 앞서 말한 뮤지션들은 물론이고 윌리 넬슨, 레이 찰스, 라이언 아담스, 돌리 파튼, 허비 행콕 등 각 분야 거장들과의 협연을 모두 정리했다.

당연하겠지만 노라 존스는 때로 조연의 역할에 머무른다. 그럼에도 이 협연들은 그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역설한다. 결국 아이돌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이 폭 넓은 움직임 와중에도 그의 색깔은 곡들의 결정적인 순간에서 빛이 난다.

성공한 음악인을 스타로 폄훼하기는 쉽다. 그러나 때로 이 와중에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음악인인가를 잊어버리게 된다. […피처링]은 노라 존스가 얼마나 당당한 인물인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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