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계열사들이 회사의 부(富)를 총수 일가에게 편법, 불법적인 방법으로 떠넘기는 행태가 더 흔해졌다는 지적이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됐다.
경제개혁연대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재벌의 부당거래 실태와 규제방안' 토론회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이 자리에서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벌총수 일가의 문제성 주식거래의 실태"라는 발제문에서 "올해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사례는 107건으로 2008년보다 30건이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회사기회 유용 46건, 지원성 거래 41건, 부당 주식거래 20건이었다. 이 조사는 2010년 4월을 기준으로 자산 5조원 이상인 3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기업집단별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각각 9건으로 문제성 주식거래가 가장 많았고, 지에스(GS)그룹이 7건, 에스케이(SK)·씨제이(CJ)·효성그룹이 각각 6건, 금호아시아나와 코오롱그룹이 각각 5건이었다.
채 연구위원은 "과거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사례로 지적한 회사 중 개선된 회사는 하나도 없다"며 "특히 최근 지원성 거래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특정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기회 유용으로 설립되거나 지원성 거래로 혜택을 입은 회사의 주주구성을 분석해보니, 지배주주(동일인 1명)가 해당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경우(44건)보다, 지배주주의 자녀 등이 보유한 경우(65건)가 더 많았다. 이는 문제성 거래의 목적이 재산 및 경영권 상속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 거래를 업종별로 살펴본 결과, IT 서비스업에서 문제성 거래가 가장 많았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된 재벌 비리에서 대부분 SI(System Integration)업체가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기업에서 정보통신 분야가 한 축을 담당하고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이유로 아웃소싱을 하면서 관련 사업을 지배주주 일가가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채 회계사는 분석했다. 이밖에 건설, 제조, 운송, 임대 관리업 순으로 문제성 주식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문제성 주식거래가 가장 많은 기업집단은 삼성그룹과 현대차 그룹이었다.(각각 9건) 이밖에 GS그룹이 7건, SK그룹ㆍCJ그룹ㆍ효성그룹이 각 6건,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코오롱 그룹이 각 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김석연 변호사는 재벌비리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재벌의 비리 유형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같은 노골적인 방법이 공공연하게 쓰였다면, 외환위기 이후에는 회사기회 유용이나 물량 몰아주기처럼 정상적인 거래를 가장하여 회사의 부를 총수일가에 유출시키는 배임적 비리들이 성행한다는 게다. 물론, 부외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횡령, 차명계좌를 이용한 불법자금 관리와 탈세 등과 같은 '전통적' 유형의 비리도 지속적으로 재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김 변호사는 그 이유로 '재벌의 비정상적 소유구조'를 들었다. 김 변호사는 공정위 자료를 인용해 "2010년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2.86%나 되는 반면, 이 가운데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4.4%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논리대로라면, 이들이 얻을 수 있는 부는 경영에 따른 보수 외에 보유 지분 4.4%에 대한 배당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얻는 부가 그 정도 수준에 그친다고 믿는 이는 드물다.
김 변호사는 "현 구조에서 재벌 총수 일가는 경영지배권의 극대화와 영원한 승계구조를 위해 계열사들이 보유하는 부를 비정상적으로 빼돌리고자 하는 상시적 유인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결국 재벌의 비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상법상 회사기회유용금지 조항 도입, 이사의 자기거래금지 보완, 이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주주대표소송의 단독주주권화 등을 제도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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