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24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외환은행 인수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영국 런던으로 출국해, 25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만나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또 같은 날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 안건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24일 금융업계와 하나금융 측에 따르면 하나금융 이사회는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4조7000억 원 안팎에 인수키로 결의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인수자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외환은행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곳은 수출입은행(6.25%), 한국은행(6.12%), 국민연금(5.03%) 등이다.
그런데 수출입은행은 대주주인 론스타와 똑같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할 권리(태그얼롱)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하나금융 측에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다. 수출입은행이 권리를 행사할 경우 하나금융의 예상 인수가격은 5조 원대로 오를 수 있다.
하나금융의 자산규모는 200조 원대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단숨에 310조 원 이상의 대형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업계 순위도 신한금융을 제치고 3위로 뛰어오른다.
하나금융 측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에도 당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외환은행의 증시 상장도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의 노사 모두 하나금융의 인수를 적극 반대하고 있고,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찮아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막대한 인수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가 제대로 판단되지 않았다. 당시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경우 4%(2009년 개정 후에는 9%)를 초과하는 은행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했었다. 이 때문에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정부가 졸속적으로 대형 은행 매각을 결정해, 국부를 유출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외환은행의 재매각을 승인할 경우, 감독당국의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된다면 하나금융지주가 더 유리한 조건에서 인수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데도 조급하게 고가에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경영진의 배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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