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원점으로?…인수자금 의혹 증폭

현대증권 노조 "투기자본에 빚내 인수 추진"

현대그룹의 승리로 굳어지는 모양새던 현대건설 인수전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현대그룹 인수자금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고 나선 가운데, 현대증권 노조는 이 자금이 투기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19일 현대건설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써낸 5조5100억 원의 인수자금 중 프랑스 은행 예치금 1조2000억 원의 출처가 불분명해 인수자금 조달 내역 재검토에 들어갔다.

채권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제기한 자금의 성격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한편 향후 절차와 일정까지 포함해 모두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금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자금 주인으로 알려진 현대상선이 덩치(33조 원)에 비해 너무 많은 자금을 프랑스 현지법인에 보유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실적 악화 때문에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에까지 올랐다. 이 정도 거액의 자금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낮고, 만약 사실이라면 이 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러워진다.

이와 관련, 현대증권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1조2000억 원 자금의 출처는 (현대그룹이 전략적 투자자로 밝힌) 나티시스 은행이 아니라, 투기자본의 하나인 넥스젠 캐피탈일 가능성이 높다"며 "투기자본의 성향으로 볼 때 1조 원을 차입한 후 다시 현대그룹에 대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이 상대적으로 믿을만한 은행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게 아니라, 패널티가 예상되는 대형 투기자본에 대규모 자금을 차입해 인수조건을 억지로 맞췄다는 얘기다.

노조는 또 중요한 재무적투자자(FI)인 동양종금증권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동양그룹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마당인데 핵심계열사가 외부 인수전에 뛰어들 여력이 되느냐는 이유다.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의 자금사정이 나빠져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은 지적들에 대해 현대그룹은 "자금조달 증빙에 대한 판단은 채권단에서 이미 최종결론 내렸다"며 "자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주식매매 계약서(SPA) 사인 이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