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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현대그룹 품으로…'승자의 저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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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현대그룹 품으로…'승자의 저주' 우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주식시장 반응은 싸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서류심사를 진행한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당초 예정보다 2시간여 앞당긴 16일 오전 11시에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4000억 원이 가른 승부인수가 높게 써낸 쪽이 승리

채권단은 이 자리에서 "비가격요소에서 현대차가 앞섰지만 비가격요소는 심사에서 가중치가 낮아 인수가격을 높게 쓴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가 됐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번 입찰에서 인수 가격으로 5조5000억 원을 써냈다. 현대차그룹은 5조1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000억 원이 인수전의 승부를 가른 셈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이달 말까지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연말까지 매각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당초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독일 엔지니어링기업 M+W그룹이 막판에 참여를 철회하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우려됐으나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여서 위기를 넘겼다.

승자의 저주?…현대건설, 현대그룹 주가는 폭락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뉴시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그룹의 입찰금액중 상당부분이 외부자금인 만큼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승자의 저주'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해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잃는 현상을 뜻한다. 치열한 기업 인수합병(M&A) 경쟁 속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내고 인수한 기업이 그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1950년대 미국 석유업계에서 이런 일이 흔했다.

실제로 주식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이 이기리라는 보도가 나온 이날 오전, 현대건설 주가는 하루 전보다 1만800원 떨어진 6만2200원에 거래됐다. (14.91% 하락. 16일 11시 17분 기준) 올 상반기, 현대그룹은 당기순이익에서 8375억 원 적자를 봤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 반면, 현대건설은 3311억 원 흑자를 기록한 알짜 기업이다. 알짜기업이 부실 그룹에 흡수된다면, 주가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는 어떨까.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주요 계열사 역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6~12% 가량 떨어졌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무리한 빚을 진 게 투자자들의 마음을 떠나게 했다.

현정은 회장, 경영권 방어에 안심

하지만 현대그룹 오너인 현정은 회장으로서는 일단 안심이다. 현 회장 측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경영권 방어와 현대가(家) 적통성 인정인데,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이런 두 가지 문제가 모두 풀린다.

현대그룹은 현재 12개 계열사(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준)를 두고 있다. '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여기서 약한 고리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 부분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오너로 있는 현대중공업 그룹이 현대상선 2대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 8.3%를 갖고 있다.

만약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 등을 포함하는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은 38.8%까지 치솟는다. 현대그룹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40.8%에서 2% 모자란 수치다. 현정은 회장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자칫하면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상선 경영권을 뺏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룹 전체 지배 구조가 무너진다. 현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현대가(家) 적통성 역시 무시받지 않게 됐다. 현대건설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터를 닦은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런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은, 가문 내부의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에 선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승자의 저주'를 잘 극복한다는 전제다.

현금동원력에서 앞섰던 현대차그룹…"건설 대신 다른 데 돈 써야"

한편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과 경합했던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10조 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현대차 그룹은 현대그룹에 비해 현금 동원 능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이런 우위 때문에 현대차 그룹이 손쉽게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으리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결국 빗나갔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우회상장 등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리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번 인수전 실패로, 이런 시나리오는 관심에서 벗어나게 됐다.

또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을 건설업에 쓰기보다 친환경 차량 개발,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써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세계적으로 환경 관련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는데, 국내 최고의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친환경 차량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다는 점, 그리고 동희오토 사태에서 드러나듯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게 장기적으로는 현대자동차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리라는 점 등이 근거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 실패로 이런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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