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오픈마켓과 인터넷 서점이 도서 반값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출판업계와 동네 서점이 울상이다. 출판업계는 강력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출판업계와 오프라인 서점의 타격이 커진 이유는 인터넷 서점이 이전까지 구간(舊刊)에 제한했던 10% 이상 할인을 베스트셀러를 비롯한 신간에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발행된 지 1년 6개월 미만인 신간은 10% 이상 할인할 수 없으며, 할인가의 10%까지만 추가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10월 신간인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의 경우, 정가는 1만2000원이지만 오픈마켓 11번가에서는 이달 말까지 최저 5800원에 살 수 있다. SK텔레콤 회원은 기존 10% 할인에 더해 멤버십 할인 50%를 추가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멤버십 포인트를 이용해 도서정가제를 교묘히 피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출판계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사무국장은 "이번 주나 다음 주 안에 40여 개 출판사와 최종 의견을 결정해서 해당 온라인 서점에 과다 할인 자제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최악의 경우, 공급을 중단한다는 단계별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과다 할인을 벌였던 곳은 주로 리브로, 오픈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서점 업계에서는 신규 업체다. 신규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할인 행사를 벌인 것이다.
출판사는 이들 업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싼값에 도서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가격과 공급을 결정하는 주체가 생산업체인 출판사가 아니라 유통업체인 오픈마켓과 인터넷서점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 사무국장은 "출판사에 인터넷 서점은 주 거래처"라며 "공급가를 낮춰달라는 인터넷 서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은 갈수록 성장하는 추세다. 2000년 2%에 불과했던 인터넷 서점의 시장점유율은 10년 만에 35%대로 뛰었다.
대형 유통자본이 벌인 출혈 경쟁의 불똥은 고스란히 영세 서점으로 튀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펴낸 '2010 한국출판연감'을 보면 전국 주요 도시의 오프라인 서점 수는 2005년 2103개에서 지난해에는 1825개로 급감했다.
신촌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박세진 씨는 "서대문구와 마포구를 통틀어서 오프라인 서점은 여기 하나 남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에 SSM 논쟁이 이는데 서점에서도 예외는 아니"라며 "큰 자본은 할인 행사를 통해 시장을 차지하지만 소규모 영세 서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박 씨의 서점은 몇 달 전보다 매출이 30% 정도 떨어진 상태다.
박 씨는 "영세 서점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책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장소가 없어진다"며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도 덩달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서점이 과다 할인을 하면 "고객에게는 단기적으로 이익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출판사가 힘들어지고 양서를 만들기 어려워진다"고도 덧붙였다.
박 씨는 "잔디밭에 잔디가 여러 군데에서 나야 멋있듯 한두 군데 대형 서점이 있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며 "오픈마켓 등 대형 유통자본과 출판사 및 영세 서점과의 공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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