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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래시메탈 역전의 용사들, 한 자리에서 '빅4'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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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래시메탈 역전의 용사들, 한 자리에서 '빅4'로 거듭나다

[화제의 음반] 메탈리카, 메가데스, 슬레이어, 앤스랙스의 첫 합동무대

1980년대는 되돌아보면 기이한 시대였다. 당시 유행하던 어깨부문 패드를 과도하게 집어넣은 이른바 '뽕' 패션, 사자갈기처럼 부풀어오른 여자들의 헤어스타일, 지나치게 짙은 색조화장들은 이후 (아직까지는) 유행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모드패션이 되살아나고 펑크가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과 대조적이다.

헤비메탈도 그랬다. 1980년대는 헤비메탈의 시대였으나, 90년대 들면서 이 시대는 저물었다. 아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대형 레이블에서 헤비메탈 밴드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빅4 [Live From Sofia, Bulgaria] ⓒ유니버설뮤직
이 와중에도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록이 가벼워지는 시대에 살아남은 헤비메탈 밴드는 가장 무거운 음악을 추구한 메탈리카와 메가데스, 슬레이어, 앤스랙스 등 이른바 '빅4'로 불리우던 스래시메탈 밴드들이었다. 메탈리카는 여전히 헤비메탈의 독보적 존재로 남아있고 메가데스와 슬레이어, 앤스랙스도 최근까지 새 앨범작업을 꾸준히 하며 세계를 휘젓고 다닌다.

지난 30여년 간 단 한 번도 네 팀이 한 무대에 모인 적은 없었다. 메탈리카와 메가데스는 메탈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앙숙지간이었고, 슬레이어는 이들보다 더 극단적인 성향의 음악팬들에게, 앤스랙스는 힙합팬과 메탈팬들에게 두루 환영받았다. 그런 이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만들어졌다. 이 공연은 네 밴드의 웹사이트에 동시에 게재되면서 메탈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었고, 소니스피어 페스티벌에서 현실이 됐다.

[더 빅 포: 라이브 프럼 소피아, 불가리아(The Big 4: Live From Sofia, Bulgaria)]는 이들이 지난 여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한자리에 모여 공연한 결과물을 담은 디브이디(DVD)다. 국내 라이센스반은 두 장의 DVD만 나와 있고, 수입한정판으로 시디와 DVD를 포함한 에디션이 있다.

공연 순서는 앤스랙스, 메가데스, 슬레이어, 메탈리카다. 메탈리카가 헤드라이너로 두 시간동안 공연했고, 나머지는 한 시간의 공연을 가졌다. 팬들의 호오에 따라 이 순서에 불만을 가진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팬들은 크게 불만을 갖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예상한 대로다. 최근 재합류한 조이 벨라도나(앤스랙스 보컬)는 여전히 특유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자랑하고 있고, 케리 킹과 제프 한네만(이상 슬레이어 기타)은 예나지금이나 같은 패션에 같은 호흡, 똑같은 무대매너를 자랑한다. 데이브 머스테인(메가데스 보컬, 기타)은 역시나 제왕(혹은 두목)의 기품을 갖고 있으며 라스 울리히(메탈리카 드럼)의 익살스런 행동과 박자를 놓치는 드러밍도 여전하다. 그리고, 십만여 명의 팬들이 공연에 열광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요 근래, 대부분의 관객이 사내들인 공연을 본 적이 언제던가? '빅 포'는 어느샌가 먼 옛날의 것으로 변화한, 추억할만한 광경을 재현한다.

앤스랙스의 기타는 여전히 빡빡하게 울리고, 무대는 한결같이 익살스럽다. 메가데스의 머리를 찔러오는 복잡한 기타리프, 슬레이어의 질주하는 드러밍과 고문하는 듯한 기타, 메탈리카의 웅장하고 헤비한 곡전개 역시 그대로다. 얼굴에 세월의 두께가 내려앉았다는 점, 과거보다 한결 여유로운 무대를 보여준다는 점 정도가 이들이 어느새 나이 오십(!)을 넘긴 중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킬 뿐이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메탈리카의 공연 도중 연주된 다이아몬드 헤드의 커버곡 <엠 아이 이블(Am I Evil)?>이다. 메탈리카가 자주 커버하던 이 곡을 빅 포 멤버 모두가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관중들을 배경으로 사진기록을 남긴다.

20대 혈기왕성하던 시절 가졌던 치열한 공격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가장 어두운 대중음악'으로 30년이 넘는 시간을 이겨냈다. 그리고 여전히 이들은 제왕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메탈 팬이라면, 메탈 팬이었다면 필히 감상할 아이템이다.

▲ ⓒ유니버설뮤직

또 다른 역사의 증인들

▲ ⓒ유니버설뮤직
본 조비 [Greatest Hits]

헤비메탈을 팝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역사상 가장 인기가 많았던 밴드 본 조비의 두 번째 베스트앨범이 발매됐다. 네 곡의 신곡을 담은 1 시디(CD) 버전과, 여덟 장의 신곡을 담은 2CD 버전이 나뉘어 있다.

본 조비는 메탈리카 등 '진지한 헤비메탈 밴드'와 그 팬들의 주요 공격목표였다. 화장을 하고, 딱 붙는 반짝이 의상을 걸치고 사랑노래를 불러대던 이들은 이른바 '헤비메탈 순수주의자'들에겐 암적인 존재로 인식됐다.

그러나 본 조비가 개척한 팝 메탈의 영역을 타고 헤비메탈에 빠져든 이들이 많았다. 스키드 로, 워런트, 신데렐라 등이 음지에서 양지로 뛰어오르는 계기도 본 조비의 성공이었다. 이를테면 본 조비는, 헤비메탈과 팝음악의 가교였다.

90년대 록과 힙합의 시대가 열리면서 팝메탈도 철퇴를 맞았다. 어제의 영웅들은 순식간에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단 하나, 본 조비는 살아남았다. 이 앨범은 80년대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 ⓒ워너뮤직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Great Female Vocalists sing Mikis]

지난한 옥고와 투쟁으로 그리스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된 그리스 음악의 대명사격 작곡가인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대표적 곡을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여성 가수들이 부른 베스트앨범이 발표됐다. 이 앨범은 그의 여든 다섯 번째 생일을 기념해 제작됐다. 한국발매반에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불러 더 유명해진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수록돼 있다.

아직 국내에는 비교적 생소하지만 미키스는 그리스식 민중가요 천여곡을 비롯해 교향곡, 오페라, 오라토리오, 발레곡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겨 현대 그리스 음악의 뼈대를 세운 인물이다. 적지 않은 곡들은 그의 투쟁적 삶의 산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스 내전 때 좌익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그는 수용소에 수감돼 다리뼈가 부러질 정도로 모진 고문을 당했으나 이 와중에 첫 교향곡을 작곡했다.

왕정 이후 군부쿠데타가 발생해 민중음악 금지령이 내려지자 그는 연금과 추방생활을 이어가야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그는 그리스 민중세력을 지지하는 수많은 곡을 남겼다. 한 때 대통령 후보로까지 오르던 그는 1980년대 이후 중도우파 정치인으로 활동했으며 좌우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음악들은 아카데미상 3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세르피코> 등에 쓰여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군부 독재에 저항했던 멜리나 메르쿠리가 영화 <페드라>의 러브 테마곡을 불렀고, 이른바 '지중해의 조안 바에즈'로 불린 마리아 파란두리는 <후 인 마이 라이프(Who In My Life)>에 목소리를 실었다. 후회하지 않을 앨범이다.

▲ ⓒ유니버설뮤직
파 이스트 무브먼트 [Free Wired]

외국 대중음악이 국내 뉴스에 보도될 때가 가끔 있다. 대부분은 "멤버 중 누구는 한국계로 알려졌다"는 사실이 보도된다. 파 이스트 무브먼트도 마찬가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아시아계 미국인 4인조로 구성된 이 일렉트로-힙합밴드의 두 명의 엠시(MC) 프로그레스(한국이름 노지환), 제이-스플리프(한국이름 정재원)가 한국계다. 그리고 이들은 싱글 <라이크 어 쥐6(Like A G6)>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까지 올랐다.

이런 뉴스과잉으로 이들의 음악을 폄하할 이유도, 음악 대신 이들의 핏줄에만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다. 이들의 메이저 데뷔앨범 [프리 와이어드(Free Wired)]는 확실히 즐길만한 댄스음반이고 탄탄한 힙합음악이며, 무엇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레이디 가가, 스눕 독 등의 대형스타는 물론이고 이들의 음반에서는 벡까지 거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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