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11일 개막한 가운데, 환율 문제가 정상선언문 작성에 최대 고비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각국 정상들의 설전마저 본격화하는 모습이라 실효성 있는 선언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정상회의 이전 열리는 차관ㆍ셰르파(교섭대표) 회의에서 환율 문제 협의가 무산됐다. 김윤경 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핵심 쟁점인 프레임워크 개선은 여전히 견해차를 줄이지 못했다"며 "프레임워크는 환율, 경상수지, 구조개혁, 금융규제개선, 재정정책을 포괄하고 있는데 환율, 경상수지와 관련해 여전히 주요국 간에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는 우선 실무진 회의인 차관ㆍ셰르파회의에서 참가국간 대략적인 의견 조율을 거쳐 정상회의에서 추가로 의제를 나눈 후, 선언문을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실무진 회의에서 의견 조율이 실패하면서 당장 G20 공식일정 첫날 일정도 다소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측에 따르면 당초 재무차관과 셰르파는 이날 오전 다시 만나기로 했으나, 일정을 바꿔 해당국 정상들에게 진전 상황을 보고하기로 했다. 또 정상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용산 국립박물관에서 열릴 환영 리셉션 및 만찬에 참석해 환율,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문제에 대해 직접 조율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상들의 업무 만찬이 끝나면, 그 논의 결과를 가지고 재무차관과 셰르파가 다시 모여 12일 새벽까지 문구를 다듬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실무진에서 환율 문제 조정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G20 정상회의 첫날부터 바로 정상간 충돌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미 정상간 신경전도 시작됐다. 먼저 대규모 양적완화로 다시금 환율전쟁을 촉발한 미국이 치고 나오는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G20 한국 도착 첫날인 10일 백악관 대변인실을 통해 '참가국 정상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 중국 등 이른바 '환율조작국'을 비난하고 미국의 양적완화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와 수입, 지출을 만들어내는 강한 경제회복은 미국이 세계경제 회복에 가장 중요하게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달러화의 힘은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의 힘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2차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를 부활시켜야만 달러화 가치도 다시 오를 수 있고, 결국 세계경제도 회복된다는 논리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세계경제가 회복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해, 양적완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새삼 부각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잡힌 회복이라는 우리의 공동 목표는 어느 일개 국가가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크게 변화하고 있듯이 그동안 국내 수요 부족을 상쇄하고자 수출에 의존해온 경제국들도 변화해야 한다. 통화 평가절하 기조를 뒤집을 시장결정적 환율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등 수출중심 국가를 정면 겨냥해 이른바 '시장결정적 환율' 체제로 이행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유럽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출구전략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해 미국의 양적완화와 정반대되는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미국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
미국과 정면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신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자국 경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자국을 타깃으로 삼는 행위를 비난한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