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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서울 정상회의 D-1…'금융위기 극복',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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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서울 정상회의 D-1…'금융위기 극복', 과연?

美-中 환율전쟁터 우려…"G20 실효성 갈수록 약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전보다 더 구체적인 의제를 도출해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미 G20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부문에서 대략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G20 정상회의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G20이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에 묻혀 갈수록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다, G20이 가진 한계가 점차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국제공조, 개발, 금융안전망 등 주요 의제가 좋은 합의를 끌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

금융위기 극복 논의, 어디로 갔나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최대 이슈는 환율 문제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회의 성격이 달라지리라는 게 변수다.

지난달 23일 G20은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보다 시장 결정적인 환율 제도를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하자는 내용의 코뮤니케(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뒤이어 열릴 정상회의에서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듬는 논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 3일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QE 2)를 단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밀어붙이고, 이에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밀려든 달러가 각국 화폐가치를 띄우면서 상황은 경주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가 사실상 선진국과 개도국의 환율전쟁터가 되리라는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이미 각국은 이와 같은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당장 9~10일 이틀간 열린 각국 재무차관 회의에서 환율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김윤경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대변인은 "각국이 원론적 입장을 주장해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미국의 양적완화가 결정되자마자 중국과 브라질 등 개도국들은 강력히 반발해 이번 정상회의에 전운을 예고했다.

5일 샤빈(夏斌)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세계가 글로벌 통화인 달러화의 신규 발행을 억제하지 않으면 또다른 위기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미국의 달러화 찍어내기가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비판했다.

헤알화 평가절상을 막고자 외국 투자자본에 금융거래세까지 매기고 있는 브라질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나는 싸우기 위해 G20 정상회의에 간다"며 "헤알화의 과도한 절상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로는 G20 정상회의 참가국 중 인도 정도만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지지하는 미국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양적완화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환율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당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만들어진 G20 정상회의가 핵심 목표를 잃고 표류하게 된 셈이다. 셰르파 회의(정상회의 의제 설정을 위한 고위급 회의)에서 환율제에 대한 합의가 일정 수준으로 도출되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둔 '코리아 이니셔티브'(글로벌 금융안전망, 개발 이슈)마저 환율 이슈에 묻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정상회의장인 코엑스 앞에 방호벽이 설치된 가운데 경찰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G20에 기대할 건 있나

G20 자체가 가진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도 문제다. G20은 G7(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정상회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확대된 회의체다(하단 상자기사 참고).

특히 미국의 주도로 구성국가가 꾸려지면서 대표성에 대한 회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9대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빠졌는데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포함된 게 상징적이다. 대표성이 부족한 회의기구가 세계 각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IMF 등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국제 사회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G20 정상회의의 최대 문제는 공식적 국제기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구속력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G20이 국제협약에 근거한 공식적 국제기구가 아닌 비공식 포럼에 불과해 합의된 내용도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며 "특정 국가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과 자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를 이행하자던 경주 재무장관 회의를 미국이 곧바로 뒤집어버렸는데도, 아무런 규제를 가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2차 양적완화의 주요목표가 달러화 가치 절하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여전히 디플레이션 위기에 놓인 유럽연합(EU)과 일본마저 추가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참가국 대부분이 시장과는 전혀 상관 없는 환율정책을 취할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

투명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 교수는 "G20에서는 코뮤니케 말고 별도로 공표되는 자료가 없다"며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G20으로는 지구적 지배구조(글로벌 거버넌스)의 위기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한 것도 투명성 부족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G20는 지난 토론토 정상회의 이후 사실상 사멸해가는 중"이라며 "그간 G20 국가들이 합의한 것은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점차 힘 빠지는 G20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2008년 11월 워싱턴에서 처음 열렸다. 이 회의의 근본 목적이 '붕괴한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무슨 수로 대체할 것이냐'인 셈이다.

1차 회의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워낙 급박한 상황에서 이뤄져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제도개혁에 나서자'라는 선언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다만 이런 수준의 컨센서스를 도출했다는 점만으로도 일정 부분의 성과는 얻었다는 평가다.

전 교수는 "1차 정상회의가 금융시장개혁을 위한 공통원칙을 채택함에 따라 전후 브레튼우즈 체제(브레튼우즈 II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출발점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작년 4월 런던에서 열린 2차 G20 정상회의는 역대 G20 회의 중 가장 많은 결과물을 도출한 회의다. 금융제도개혁의 방향으로 △은행 규제감독을 강화해 사전대응을 하고 △금융기관을 파산시킬 때는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자는 두 가지 제도개혁의 틀을 마련했다.

나아가 규제안이 실효성을 얻을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은행자본의 질과 양을 모두 개선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은행 건전성 규제의 핵심인 BIS 자기자본비율을 뜯어고치는 방안으로 발전했다. 그간 고삐가 풀려있던 자본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각국 정부 차원에서 처음 형성된 것이다.

또 주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모두 포괄한 금융안정화포럼(FSF)을 금융안정화이사회(FSB)로 개편해 금융감독규제의 포괄적인 방안을 논의하도록 했다. 당장 서울 정상회의에도 마리오 드라기 FSB 의장이 참석해 금융규제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으로 IMF가 금융위기의 최종 승리자로 부상한 계기도 런던 정상회의에서 마련됐다. 런던에서 20개국 정상은 IMF의 위상 강화를 위해 IMF 재원을 25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대폭 늘렸고 특별인출권(SDR)도 2500억 달러 증액했다. 개도국과 선진국 간 지분 변동도 개혁을 이유로 이 때부터 본격 논의됐다.

작년 9월에 피츠버그에서 열린 3차 정상회의는 G20이 본래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한 계기였다. 미국이 글로벌 불균형을 처음으로 주요 의제로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비록 3차 회의에서 G20은 세계경제 현안에 대한 대응과 국제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포럼임을 선언했으나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의제는 국제 환율전쟁의 서막을 열어젖혔다. G20가 미국과 중국 간 다툼의 장으로 변화한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다.

올해 6월 열린 토론토 정상회의는 G20의 정치력에 큰 손상을 줬다. 각국 정상이 향후 3년 안에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2016년까지 정부 부채비율을 더 낮추자는 재정건전화 계획을 채택했으나 이 조약은 당분간 실현 가능성이 만무하다. 주요 선진국은 당장 재정적자를 더 늘리더라도 추가 경제위기부터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토론토 정상 회의는 그간 시민사회단체에서 줄곧 거론돼 온 은행거래세(토빈세) 도입논의에 처음 불을 붙였다는 의미도 일정 부분 얻었다. 이 회의 이후 각국은 "은행세 등 금융권 규제방안은 각국이 각자 알아서 하고,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합의한다"는데 합의했다. 세계 시민사회에서 "그간 G20가 내린 결론은 결국 2008년 이전(신자유주의 시대)으로 돌아가자는 것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다만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각국이 금융위기 극복의 주요 수단으로 여전히 토빈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점은 변수다. 당장 내년 G20 의장국인 프랑스는 은행거래세 도입을 주요 의제로 빼들 모양새다. 그러나 미국과 IMF 등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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