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어떤 버마(현 미얀마) 사람이 공장에서 관리자와 충돌이 생겼다. 충돌의 발단은 한국인 관리자의 막말이었다. 야야! 라고 부르는 말과 욕설에 불쾌해진 이 버마인이 관리자에게 대들었고, 아들뻘인 사람이 대들었다고 화가 난 50대의 관리자는 더욱 거칠어졌다. 그렇게 충돌이 생기면 괴로워지는 것은 외국인이다. 하루하루 공장생활이 힘들어진 이 사람은 회사를 옮기고 싶었지만 현행 고용허가제에 이런 정도의 사유로는 근로계약기간 내에 자의로 회사를 옮길 수 없다. 다만 회사가 사업장을 바꾸는 것에 동의해주면 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회사는 그가 한국인 관리자에게 대든 사실에 대해 사과하면 회사를 옮기는 것에 동의해주겠다고 했다. 회사를 옮기고 싶은 마음에 버마인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관리자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한국인 관리자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무릎 꿇고 절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 버마인은 처음에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회사를 옮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이 사람은 결국 그 관리자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사과했다. 그렇게 해서 이 사람은 회사를 옮기기는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도 거의 못하는 이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회사관리자를 몇 번 만나고 회사를 설득하면서 도와주었던 또 다른 버마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무릎 꿇고 절을 했다는 얘기에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다 그렇겠지만, 버마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할 때는 최고의 존경의 마음을 표시할 때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존경의 표시는 아무에게나 하지 않고 스님에게만 하는 것이 버마의 문화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존경의 표시를 욕설과 막말을 해댔던 한국인관리자에게 해야 했으니 당사자나 듣는 사람이나 불쾌하고 모욕감을 느꼈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버마인들에게 이처럼 스님은 최고의 경외의 대상이다. 스님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조언과 가르침을 주는 존재이다. 버마인 남성들은 일생에 한번은 스님의 생활을 체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많은 버마 남자아이들이 어린 시절 동자승으로서 일정기간 사원에서 생활하곤 한다.
스님만이 아니다. 오래된 불교국가인 버마에서 불교, 스님과 관련된 모든 것은 경외의 대상이다. 심지어 우리 단체에서 초등학교에 가서 버마 문화이해 수업을 하기 위해 구입한 버마 물품들 중에서 스님이 걸치는 붉은색 가사는 전시조차 하지 못했다. 강사인 버마인이 그 가사를 애지중지해서 혹여 철없는 아이들에게 밟힐까봐 아예 사무실에 모셔두었다가 버마인 스님이 있는 절에 기증했다.
최근 일부 개신교 신도들이 버마의 사원의 법당에서 예배를 보고, 스님에 대해서 '주님을 몰라서 스님을 하고 있다'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고 시끌벅적하다. 이주민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특히 '다문화'가 가히 열풍처럼 불고 있는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더욱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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