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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환율' 수렁에 빠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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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환율' 수렁에 빠진 한국은행

두달 연속 '자충수'둔 한은, 딜레마 더 깊어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열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물가 급등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임박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두 차례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함에 따라 정책부담이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형국이다.

물가 어떡하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1% 상승, 20개월 만에 최고수준으로 뛰었다. 이는 한은의 연간 정책목표인 3.0%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생선과 채소 등 신선식품지수가 1990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인 49.4% 급등해 서민들의 체감물가 수준이 극도로 나빠졌다는 게 악재다. 무와 배추는 전년동월보다 무려 275.7%, 261.5% 폭등했고 파(145.5%), 토마토(114.4%) 등도 큰 폭으로 뛰었다.

당장이라도 기준금리를 끌어올려 물가 앙등을 막아야 할 책임이 한은에 씌워진 셈이다. 제1 정책목표가 물가관리인 한은은 주요 정책수단인 기준금리를 조절해 물가를 중장기 목표 수준으로 관리한다. 물가 급등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마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통계적 관리도 중요하지만 서민들과 수요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물가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할 정도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정부와 교감을 중시함을 감안할 때, 정치적으로 큰 변수가 되는 물가에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운만큼 한은으로서도 물가 다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두달 연속 한은의 물가 안정목표인 3.0%선을 넘었다. ⓒ프레시안

환율 악재 '발목'

문제는 대외변수로 인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과감히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G20 회의로 인해 적어도 당분간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워진 마당이라 한은에 부담이 커졌다.

이번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이미 환율변수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뒀다. 그 동안 환율문제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한국은 1일 이 대통령이 직접 환율 문제를 주요 의제로 강조함에 따라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명분을 잃게 됐다.

이 마당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은이 시중에 풀린 원화자금을 일정 부문 흡수하면 그만큼 돈값이 비싸진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이 지속될 경우 원화강세를 더 자극해 수출경기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2일부터 이틀간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차 양적완화(QE2)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은에 부담이다. 이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추가 양적완화 의지를 천명한 마당이라 규모가 문제일 뿐, 방향성은 확실히 다잡힌 상태다. 미국에 돈이 많이 풀리면 그만큼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는 달러양도 많아져 원화 가치 하락을 유발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인 미국보다 높고, 증시도 견조한만큼 달러화의 국내 유입은 필연적이다.

이와 관련,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 한국국제금융학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국이 예상대로 1조 달러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면 한국으로 164억 달러의 자본이 유입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35원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실기 때문

이처럼 한은이 고민에 빠지게 된 이유는 결국 김 총재의 실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난 두달 내내 시장에서 제기됐다.

김 총재가 직접 시장에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낸 두달 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다면 최근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방향을 재조정할 여지를 남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얘기다.

실제 한은에 대한 실망감은 지난 두달 간 금통위에서 내내 이어졌다. 상당수 시장전문가들은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점쳤으나, 금통위는 동결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이번달 금통위에서도 한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주의적 시각이 강한 관료들이 정부 내 곳곳에 포진돼 한은에 입김을 미치고 있고, 물가변수는 조만간 정상화되리라는 시각을 그간 한은이 여러번 내비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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