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명예회장이 15개월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다. 경영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박 명예회장은 그룹 위기를 몰고 온 경영실패의 장본인인만큼 논란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9일 금호아시아나는 "다음달 1일부로 박삼구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박 명예회장의 복귀는 작년 7월 28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갈등으로 그룹 회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이후 15개월 만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박 명예회장의 경영복귀는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 줄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안팎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의 복귀설은 이미 올해 여름부터 업계에 나돌았다.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1년째 되던 지난 7월 31일, 박 명예회장은 그룹 임직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계열사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비장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기필코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달 박찬법 회장이 사임하면서, 박 명예회장의 복귀를 위한 물밑작업은 착착 진행됐다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박찬법 회장 사임 이후 그룹이 사장단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박 명예회장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이미 지난 3월부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경영실패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이, 자신이 저지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그룹 최고위직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 명예회장은 대규모 차입을 이용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 그룹에 유동성 위기를 몰고온 직접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현재와 같은 위기에 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박 명예회장"이라며 "책임경영은 자신의 경영이 실패한데 대한 책임도 지라는 경우를 말하지, 자신이 책임자를 자처하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박 명예회장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그의 복귀를 승인한 채권단도 도덕적 해이를 물어야 한다"며 "이번 일로 경제질서가 더욱 문란해질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회생에도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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