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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

[한윤수의 '오랑캐꽃']

노동청으로 오라고 하면 고용지원센터로 가는 외국인이 많다.
종로로 오라는데 한강으로 가는 식이다.
왜 그럴까?
외국인이 보기엔 노동청(Labor office)도 노동부이고, 고용지원센터(Job center)도 노동부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모든 게 <노동부>다.

단 필리핀 사람은 예외다.
영어를 아니까 두 건물을 구별한다.

그럼 나머지 나라는?
감당이 안 된다.

출석요구서를 받은 외국인에게
"동수원 사거리에 있는 노동부(수원 고용지원센터)가 아니고, 성균관대 앞에 있는 노동부(*수원 노동청)로 와! 알았지?"
하고 일껏 일러주면, 잘 알아들은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지만 출석날,
노동청에 가서 아무리 기다리면 뭘 해?
당최 안 오는 걸!
전화를 걸어보면 틀림없이 고용지원센터에 가있다.
"나 여기 노동부 와 있어요."하면서.

노동청으로 오라는데 고용지원센터로 가는 것은 사실 평범한 거다.
누구나 저지르는 실수이니까.

웬은 베트남인으로 퇴직금 4백만 원을 못 받았다.
오후 3시까지 (성균관대 앞의) 노동청으로 출석해야 한다.
그러나 오후 3시 40분에 엉뚱한 곳에 나타났다.
고용지원센터에?
NO!
그가 나타난 곳은 발안의 우리 센터다.
왜?
일부 몰지각한 외국인들은 우리 센터를 '발안 노동부'라고 부르니까.

웬은
"뭐 어때서? 여기도 노동부 맞잖아!"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비범하네.

*수원 노동청 : 정확한 명칭은 '중부지방 고용노동청 수원지청'이다. 한국 사람인 나도 헷갈리니 외국인은 얼마나 햇갈릴까! 노동청은 고용지원센터를 관할하는 상부기관으로 근로감독관이 상주하는 곳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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