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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2, 음악? 쇼 엔터테인먼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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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2, 음악? 쇼 엔터테인먼트일 뿐!

[김봉현의 블랙비트] 전국노래자랑에 음악적 평가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

<슈퍼스타K2>에 대해 음악적 관점에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감사한 일이다. 차도녀 강지영의 이름을 트위터로 수십 번 불러보아도 나에게로 와 꽃이 되기는커녕 그녀의 지옥 같은 무관심만이 되돌아오는 이 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역시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난감하다. 쓸 말이 없다. 그러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하나의 글로 승화시켜야 한다. 노후대비용으로라도 이런 연습을 미리 해놓아야 한다. 강지영도 위기 돌파 능력을 지닌 남자를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쓸 말이 없기 때문에, 이 글을 쓰기로 한다. 이 글은 쓸 말이 없어서 쓰는 글이다. 쓸 말이 없다는 말의 의미는 전제 자체를 부정해야함을 뜻한다. 즉 나는 <슈퍼스타K2>라는 프로그램을 음악적 관점에서 (의미 있게) 바라보고 또 평가할 수 있다는 전제를 부정한다. <슈퍼스타K2>는 의외로(?) 음악적으로 (거의) 할 말이 없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프로그램 규칙에 기인한 바가 크다.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가 다름 아닌 기존 가수의 곡을 커버(cover)한 노래들이었다는 것. 이 사실이 중요하다. 생각해보자. 남의 곡을 그대로 따라 부른 노래를 가지고 대체 어떠한 음악적 평가가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긴 하다. 원곡 주인과 얼마나 비슷하게 불렀는지 비교할 수 있고, 반면 원곡 주인과 달리 얼마나 자기 식으로 소화해냈는지 판단할 수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참가자의 역량을 가늠하거나 혹은 참가자와 잘 어울리는 음악 스타일을 추려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허각이 발라드 뿐 아니라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같은 곡도 그럴듯하게 소화해낼 수 있음을 발견했고 존박에게 <니가 사는 그 집>의 커버를 다시는 맡기지 말아야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강승윤에게 <본능적으로>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옷이라는 사실 역시 알았다.

▲<슈퍼스타K>는 음악, 드라마가 결합된 엔터테인먼트의 승리였다. 프로그램의 승리자 허각은 이제 음악의 영역에서 싸워야 한다. ⓒ뉴시스

그러니까, 억지로 의미부여를 하자면 이렇다. 억지로 의미부여를 했다는 것은 곧 그 자체가 이미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음을 뜻한다. '오디션'이 음악적으로 의미 없는 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오디션만을 가지고 진지하게 음악적 평가를 늘어놓지는 않는다. <슈퍼스타K2>는 하나의 거대한 오디션이었다.

<슈퍼스타K2>를 통해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우리는 참가자들의 프로듀싱, 송라이팅, 작사 실력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그저 원곡을 커버하는 광경을 지켜보았을 뿐이다. 물론 모두가 '아티스트'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티스트가 갖추어야할 능력 대부분을 검증할 수 없는 오디션 쇼에 음악적 무게를 부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음악평론가 최민우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슈퍼스타K2>는 일종의 보컬 페티시 프로그램이었다. 전국노래자랑에 서바이벌과 엔터테인먼트를 더하면 <슈퍼스타K2>가 된다. 아무도 전국노래자랑에 음악적 평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슈퍼스타K2> 역시 마찬가지다." 역시 날카롭다. 일요일 정오를 집에서 TV를 보며 보내는 자상한 남자의 이미지를 멘트에 교묘히 녹였다.

그런가 하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차도남 음악평론가 차우진은 "매체에서 음악평론가에게 <슈퍼스타K2>에 대한 진지한 음악 비평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적이다. 음악평론가가 해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음악과 관련한 것이라면 으레 음악평론가가 모두 맡아야 한다거나 혹은 해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선입관이자 오류라는 것이다.

한편, 남녀 음악평론가를 통틀어 가장 머리가 긴 나도원은 한층 더 강한 어조로 말한다. 그는 "<슈퍼스타K2>는 엄밀히 말해 음악과 무관한 쇼다. 음악이 주인공이 아니라 드라마와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그럼에도 <슈퍼스타K2>와 관련해 무리하게 음악적 해석을 시도하는 글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이야기한 뒤 머리를 쓸어 올리며 피노키오의 <사랑과우정사이>를 불렀다.

이 같은 논지는 곧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국노래자랑에 서바이벌과 엔터테인먼트를 더한 프로그램'이자 '음악이 주인공이 아니라 드라마와 사람이 주인공이었던, 음악과 무관한 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해서, 그를 가리켜 '음악적 인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다시 말해 '<슈퍼스타K2>라는 프로그램 내에서의 경쟁력'은 과연 '가요 시장 전체에서의 경쟁력'으로 등가 환원할 수 있는 것일까?

대답은 당연히 회의적이다. 허각의 예를 들어보자. 일단 <슈퍼스타K2>라는 프로그램 내에서 우위를 점했던 그의 보컬 경쟁력은 그가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순간 사라지거나 낮아질 것이다. '허각은 프로무대에 나오면 내로라하는 가창력 일인자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것은 그만큼 앞으로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뛰어난 경쟁자가 많으므로 정말로 소름 끼치게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윤종신의 심사평은 허각의 미래에 드리워질 명암을 제법 정확하게 짚어낸다.

거기에 더해 허각은 보컬 능력 외에 거의 아무 것도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로 가요시장에 나온다. 반면 기존의 기획사들에서는 이미 보컬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일정하게 검증된 연습생들이 번호표를 받은 채 데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과연 허각은 어느 만큼의 커다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슈퍼스타K1> 우승자 서인국의 현재 모습은 타산지석일까 아니면 반면교사일까.

당연히 허각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아무래도 그가 강지영과 듀엣곡을 부를 일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확실한 점은, 우승 후 그의 어깨에 크나큰 바위 하나가 내려앉았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독배를 마셨다고도 할 수 있겠다. 존박, 장재인, 강승윤 등도 마찬가지다.

이 글이 얼치기 음악평론가들의 입방정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까발리려면, 역시 보여주고 증명하는 수밖에는 없다. 나도 좋은 음악, 좋은 아티스트의 탄생을 보고 싶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겠다.

*필자의 블로그에서 더 많은 음악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http://kbh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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