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 대 공적자금이 투입된 저축은행이 고작 수백만 원에 팔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이 18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주장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북한일저축은행이 미래저축은행에 팔린 가격은 고작 200만 원이었다. 대전저축은행은 2008년 11월 부산저축은행에 400만 원에 매각됐으며, 하나로저축은행은 올해 4월 한신저축은행에 1000만 원에 팔렸다.
저축은행의 파산도 끊이지 않는다. 1998년 18개 저축은행이 파산한 뒤, 계속 감소하는 추세지만 그래도 매년 1~10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또는 파산을 맞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113곳, 파산한 곳은 89곳으로 총 202곳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부실이 해소되지 않은 채 서로 떠넘겨지기만 한다는 점이다. 배 의원은 "부실 저축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악순환 속에서 공적자금이 무차별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한 부산저축은행은 당시 204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부실 저축은행이었으며 한일저축은행을 200만 원에 인수한 미래저축은행의 순이익도 15억 원에 불과해 정상적인 매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배 의원의 주장이다.
논란의 핵심에 있는 것은 예금보험공사(예보)다. 배 의원은 "예보가 저축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출자와 출연으로 저축은행에 지급된 돈은 8조 3019억 원이며 같은 기간 예금대 지급을 위해 쓰인 돈은 2조 8505억 원에 달한다. 배 의원은 "예보는 부실 금융사에 대한 출자 출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이들은 "부산저축은행이 고려저축은행 등을 주당 1원에 인수한 이유는 해당 저축은행의 자본잠식으로 인해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는 배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279억 원 당기순이익을 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적자금이 저축은행에 무차별 살포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축은행중앙회는 "고려저축은행과 한일저축은행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 부실이 커져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거래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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