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올 상반기 사상최대 이익을 내다가 3분기부터 수익이 줄었다. 여기에 환율 변수까지 고려하면, 국내 반도체 업체의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 'D램 익스체인지'가 발표한 D램 반도체 가격 현황. |
하지만 이들 업체는 아랑곳 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 14일 내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액을 92억 달러로 예상했다. 업계 불황에도 관계 없이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액 세계 1위를 지킨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선택은 일종의 '치킨게임'으로 설명된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낮지 않다. 시장 점유율을 일정 수준 이상 높여서 독과점 업체가 되기만 하면, 가격 등락이나 기술 변화에 관계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의 가격 하락이 개별 기업 입장에선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금융 위기 후폭풍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높은 성장을 누릴 수 있었던 주요 이유는 반도체 부문의 막대한 흑자였다. 올해 초부터 지난 8월까지의 무역흑자는 약 258억 달러인데, 반도체 부분의 흑자가 127억 달러다. 전체 무역 흑자의 51%가량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 셈이다. 따라서 반도체 부문의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한국 경제 전체의 성적표가 나빠진다. 그동안 반도체 부문의 높은 수익률에 가려져 있던 한국 경제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도체 착시 효과'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착시 효과'가 사라졌을 때 받을 충격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한국 경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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