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규모는 '총체적으로 위험한 수준'이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내놓은 진단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처방과 짝을 이루는 내용이다.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에 대해 내년 3월까지 DTI상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8.29 대책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허석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정부부채' 정책세미나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DTI 규제를 조정한 경기 대응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8.29 대책은 금융 안정이 목적이어야 할 DTI 규제를 부동산 경기 부양 목적으로 사용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학회, 금융연구원,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허 연구위원은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에 대한 과잉투자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기, 변동금리, 일시상환 대출이 많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가격, 소득, 금리 등 외부 충격을 받으면 금융시장 전체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상환방식과 만기구조가 모두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 허 연구위원은 "외부 충격에 미리 대비하는 DTI의 상한선(40∼60%)이 너무 낮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DTI 규제 완화는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구조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약 70%를 소득 상위 40% 계층이 갖고 있어 문제 될게 없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 위기 역수 미국 전체가 아닌 일부의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게다.
장 연구위원은 "정부는 DTI를 주택시장 대응 장치가 아니라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현정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도 "우리나라는 부채 보유 가구만 따지면 금융부채가 금융자산의 1.6배에 달하며,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도 이미 미국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최근에는 대출 연체분이 부실 여신으로 옮겨가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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