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은 학문적으로 따져볼 때 필요성도 부족하고, 그 효과에도 의문이 있다. 이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며, 전면적인 사업 중단도 그 중 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마모토 히로사케 교토대 명예 교수)
"독일 라인강에 무차별적으로 댐을 건설한 1950년대 이후, 100년 빈도의 대홍수가 이제는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도 강 하류에 더 큰 홍수 피해를 낳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강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될 것이다."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전 독일연방자연보호청 공무원)
세계적인 권위의 하천 전문가들이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던진 따끔한 충고다. 이들은 "강의 흐름을 막는 댐(보)을 쌓고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이미 폐기된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천환경과 생태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9일 대한하천학회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대강 사업 국제 심포지엄'에서다. 이 자리에서는 4대강 사업의 핵심 공정인 보 건설과 준설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오갔다.
"강 살린다면 물길 막지 말고 그대로 두라"
강 복원과 하천 지형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마티어스 콘돌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하천지형학과)는 미국 글렌캐니언(Glen Canyon)댐의 사례를 들며 댐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의 퇴적물을 운반하던 자연적인 홍수 유량이 댐 건설로 차단되면서, 강 하류 지역이 하천 생태계의 기반 역할을 하는 퇴적물이 거의 없는 '배고픈 강(Hungry river)'이 되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강변의 식생이 파괴됐음은 물론이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하류 에선 오히려 더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 (☞관련 기사 : 꼬불꼬불 물길 살리는 세계, '거꾸로 가는' 4대강)
미국 정부가 나서 댐 안에 쌓인 퇴적물을 파이프로 연결해 강 하류로 빼내는 작업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콘돌프 교수는 "퇴적물을 인공적으로 빼내고 나서야 하류의 식생이 조금씩 회복됐다"며 "강의 자연스러운 운반 시스템을 댐을 쌓아 차단했기 때문에 이런 조치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08년 글렌캐니언댐의 인공 홍수 방류 모습. ⓒ미개척국(USBR) |
그는 이어 "홍수를 제방과 댐으로 무조건 막으려하지 말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홍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며 "강의 역동적인 속성을 살리고 범람원을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홍수 피해를 줄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가 많이 오더라도 범람원에 물이 흘러넘치면, 강의 생태적인 기능이 살아나는 것은 물론 홍수 때 넘친 물이 저장돼 하류에서 홍수 피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센트라멘토강(Sacramento River)에서도 미국 정부가 강 유역의 땅을 사들여 홍수터로 복원해 홍수 피해를 줄인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남한강과 낙동강 일대의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보기도 한 그는 "준설과 보 공사가 엄청난 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놀랐다"며 "강의 흐름을 완전히 인위적으로 바꿔놓는 공사이며, 이 공사로 과연 한국 정부의 주장대로 홍수 예방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진정으로 강을 살리고자 한다면 강이 스스로 자연적인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강에게 더 많은 공간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 효과 미심쩍어…외국 사례 교훈 삼아야"
일본람사르네트워크(Ramnet Japan)와 함께 지난 7월 낙동강 일대의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본 바 있는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 명예 교수(재난방지연구소)는 4대강 사업을 "사업 목적의 타당성은 물론이고, 사업의 효과도 미심쩍은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난 2월 첫 번째로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 하천의 연속성과 멋진 모습에 매료됐었다. 그러나 7월 다시 방한했을 때 그 짧은 기간 동안 맹렬한 속도로 공사가 진행돼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日 하천 전문가 "4대강 사업은 람사르 협약에 대한 도전")
이마모토 교수는 일본 나가라가와 하구언과 아라세댐의 사례를 들며 4대강 사업이 가져올 하천 환경의 변화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나가라가와 하구언과 아라세댐은 4대강 사업과 유사하게 각각 용수 확보와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건설됐지만, 결국 수질 악화와 더 큰 홍수 피해를 낳으면서 현재 철거가 결정됐거나 논의 중이다"라며 "결국 4대강에 들어서는 16개의 보도 점차 필요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하천은 누군가의 사유물이 아닌 공공의 재산"이라며 "한국 정부는 체면차릴 것 없이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일단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4대강 사업 구간을 현장 조사하고 독일로 돌아간 하천 전문가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역시 이날 동영상 발언을 통해 "4대강 사업은 전혀 환경친화적이지 않고, 독일의 라인강 정비보다 더 심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더 큰 재앙을 낳기 전에 지금이라도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관련 기사 : 독일 역사의 경고 "4대강 사업, 더 큰 홍수·식수원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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