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본 등 맥주 선진국 브랜드를 시내 곳곳에서 흔히 본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버드와이저', '호가든'…등. 외국에 나가서야 맛볼 수 있었던 선진 맥주를 국내에서 즐길 수 있다며 반기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막상 맛을 본 애주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맛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게다. 미각이 둔한 탓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국내에 시판 중인 수입 맥주 77개 가운데 5개 제품은 원산지와 브랜드 기원국이 다르다. 예컨대 '아사히 수퍼드라이', '기린이치방' 등의 경우, 브랜드 기원국만 일본일 뿐이다. 물과 이스트, 쌀 등 주요 원료가 중국산이며, 생산지 역시 중국이다. 12일 한국소비자원이 확인해 준 사실이다.
덴마크 브랜드인 '칼스버그', 미국 브랜드인 '버드와이저', 벨기에 브랜드인 '호가든'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칼스버그'는 덴마크 현지에서 팔리는 제품과 같은 효모를 쓰지만 물은 중국산을 쓴다. '버드와이저', '호가든'은 국내산 원료를 이용해 국내에서 생산된다. 물과 맥주보리, 쌀은 국내산이고 호프와 맥아는 미국산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수입맥주를 즐겨 마시는 소비자 3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인 56.3%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현지에서 직수입한 맥주로 착각하는 게다.
소비자들이 착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입 맥주의 원산지 표시 방법 때문이다. 원산지 표기를 생략하거나 모호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이 맥주 원산지를 잘 식별할 수 있게 주상표에 원산지 표시를 한글로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관련 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다.
또 외국 브랜드를 사용하여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 판매하는 사업자에게는 자율적으로 원산지를 정확하게 표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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