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5월 협상을 시작한 지 3년 5개월, 지난해 7월 가서명을 한 지 1년 3개월만이다. 그러나 한-EU FTA가 공식 발효되기까지는 거쳐야 할 단계가 더 남아 있다. 한국-미국 FTA가 지난 2007년 6월 30일 정식 서명이 이뤄졌지만, 한미 양국 의회의 비준이 이뤄지지 않아서 아직 발효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우, 김 본부장이 서명한 협정문을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한 뒤 의결되면 본회의에 넘겨진다.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한-미 FTA 협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에 올라와 있다.
EU의 경우, 원칙적으로 27개 회원국 전체가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한-EU 양 측은 유럽의회의 동의만 받으면 내년 7월 1일 FTA 협정이 잠정 발효하도록 합의했다. 잠정 발효되면 협정문의 90%는 효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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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 한-EU FTA가 발효되면, 양측이 품목별 합의한 단계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입을 할 수 있게 된다.
관심을 모았던 승용차의 경우, 양측 모두 배기량 1500㏄ 초과 승용차는 3년 이내, 1500㏄ 이하 승용차는 5년 이내에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토록 했다. 자동차 부품(8%), 광학기계(8%), 직물의류(8~13%) 등의 관세도 협정 발효와 동시에 철폐된다.
유럽 시장에 기대를 거는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불안한 목소리도 높다. 관세 철폐의 효과는 업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품 및 소재, 의약품 생산 분야가 불안한 영역이다. 이들 분야에서 유럽은 전통적인 강자로 통한다. 특히 정밀 기계 등 기술집약적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다양하게 발달했다. 이들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국내 중소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론, 부품 수입이 지나치게 일본에 치우쳐 있던 상황은 개선된다. 수입선 다변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밀 기계 등 기술집약 산업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기가 어려워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는 농축수산업이다. 쌀은 개방에서 제외됐지만, 다른 식품류는 대부분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FTA의 효과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평가한다는 비판을 받는 국책연구기관조차 농축수산업의 피해는 기정 사실로 인정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에 따르면, 농업에서 연평균 적자가 3100만 달러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돼지고기 수입에 따른 국내 축산농가의 피해는 치명적이다. EU 집행위원회 보고서는 돼지고기 등 분야에서 EU의 대한국 수출(한국의 수입)이 향후 20년 안에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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