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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 수상한 주식 거래 부쩍 늘었다"

경제개혁연구소 "재벌그룹 부당 주식거래 107건 달해…주주대표소송 활성화돼야"

재벌그룹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사적이익을 올리기 위한 목적을 갖고 실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식거래 건수가 107건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경제개혁연구소는 '재벌총수 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4차 보고서'를 발표해 이와 같이 분석하고, 의심사례 중 종전 1~3차 보고서에서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의심사례 30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2008년 세 차례에 걸쳐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35개의 108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재벌그룹별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사례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GS그룹은 7건, SK그룹과 STX그룹, CJ그룹에서도 각각 5건의 의심사례가 발견됐다.

조사대상 재벌그룹 중 문제성 주식거래가 발견되지 않은 곳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양그룹, 한진중공업그룹, 미래에셋그룹, 한국투자금융그룹, 부영그룹 등 6곳에 불과했다. 연구소의 이전 보고서에서 문제가 지적된 후 자발적으로 해소가 이뤄진 사례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HDSI 한 건이 유일했다.

총수일가에 이익몰아주기 사례 급증

보고서를 보면 그룹 핵심계열사가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와 집중적으로 거래해 총수일가의 이익을 몰아준 것(사업기회편취)으로 의심되는 '지원성거래'가 종전보다 늘어났다.

1998년 현대모비스의 트럭과 버스휠 사업을 인수한 삼우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일가가 지분 전량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1984년 설립됐으나, 지분구조가 신씨 일가 위주로 재편된 후인 2008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으며, 작년 현재 계열사 매출비중 평균은 66%, 매입비중 평균은 87%에 달한다. 현대모비스가 관련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사하거나 본사에서 영위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기회를 삼우가 얻는 셈이다.

SK그룹에서는 지난 2000년 영상과 오디오 기록물 제작을 주사업목적으로 설립됐으며, 현재는 광고제작이 주사업인 인디펜던스가 비슷한 사례로 꼽혔다. 이 회사의 지배주주는 작년말 현재 68% 지분을 확보한 SK C&C며, SK C&C는 총수 일가가 지분 55%를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디펜던스의 최근 3년간 계열사 매출비중은 꾸준히 늘어나, 작년에는 약 48%에 달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씨 등 허씨 일가가 지분 93%를 보유한 GS아이티엠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주요 사업인 회사로, 설립과 동시에 코스모아이넷과 아이티맥스에서 관련 사업을 양수했다. 이후 GS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비중이 평균 85%에 달한다.

이처럼 그룹 계열사와 직접 사업관계가 있는 사업에서 계열사의 자회사나 계열사 부서가 아닌, 총수일가 소유 회사가 수익을 올리는 사례는 이번 4차 보고서에서만 19건이 새로 확인됐다.

총수일가 손실, 계열사 떠넘기기 의심사례 많아

총수일가가 보유한 회사에서 발생한 손실을 계열사가 대신 떠안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새로이 두 건 확인됐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구자철 회장이 지분 전량을 소유했던 한성은 외환위기 여파로 2007년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듬해 구자철 회장의 친형인 구자명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한 예스코는 한성 지분 65%를 573억 원에 인수했다. 예스코는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한성에 520억 원을 추가출자해, 총 1093억 원을 투입했다.

예스코는 한성의 자회사인 한성피씨건설이 보유한 고양시 토지의 공시지가가 1139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으나, 부동산 경기가 불황기에 빠진 작년과 올해에도 자금을 추가출자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게 경제개혁연구소의 지적이다. 연구소는 "예스코가 구자철 회장의 투자손실을 보전한 것으로 의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989년 금강(현재 KCC)에서 건설사업부문을 양수받은 KCC건설의 지분구조는 1998년 말 당시 금강 62.48%, 고려화학 37.50%였다. 그런데 1999년 금강은 보유지분 중 20.66%를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에게 50억 원에 매각했다. 헐값 매각이라는 게 연구소의 판단이다.

연구소는 1998년과 1999년 KCC건설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당시 지분 20.66%의 가치는 최소 79억 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그룹이 지배주주인 정 회장에게 핵심계열사 지분을 저가로 매각한 부당주식거래라는 얘기다.

이사회 독립 요원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연구소는 "이익을 얻고 있는 지배주주와 회사의 이사회가 문제성 주식거래를 문자 그대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이사의 책임추궁에 대한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제도개선책으로 연구소는 우선 회사기회의 유용을 규제할 장치를 상법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 시장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비상장회사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해결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소는 특히 주주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도록 주주대표소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처럼 현대차그룹의 대물림 의혹의 핵심으로 의심되는 글로비스 사례의 경우, 경제개혁연대가 회사기회유용에 대해 1조635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소송은 회사기회유용과 관련된 첫 번째 판결이 될 전망이다. 올해 3월 서울지방법원은 정몽구 회장과 이사들의 횡령 및 배임에 대해 700억 원의 배상책임을 물은 바 있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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