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도시가스 요금이 두자릿수 증가율로 뛸 전망인데도 정부는 상대적으로 서민층에 더 큰 부담이 가는 간접세 증세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나, 국감 둘째날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5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정부가 오는 2013년 8월까지 도시가스 요금을 총 13.2% 인상하는 계획을 마련해두고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가스요금 13% 올릴 계획 세워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8월 전기요금을 평균 3.5%(주택용 2%), 시외버스운임을 4.3%, 고속버스운임을 5.3% 인상키로 했고, 9월에는 도시가스요금을 평균 4.9%(주택용 5.9%)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보면, 기존 67만7000원가량이던 서울의 가구당 연평균 도시가스 요금은 9월 인상으로 71만7000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2008년 3월 이후 급등한 원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미뤄 발생한 미수금을 회수키로 한데 따른 결정이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하지 않은 인상계획을 보면, 도시가스 요금은 오는 2013년 8월에는 76만70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됐다. 당장 올해 4분기 인상분(4.9%)이 반영된 이후에도 미수금의 완전회수를 위해 내년부터 2013년까지도 꾸준한 단계별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연간 매출액은 6052억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총 요금 인상분(13.2%)도 원료비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 상황에 따라서는 요금 인상수준이 종전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자 감세하고 간접세는 늘려…공정 사회 맞나
당장 개별 가계가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뤄졌던 부담을 단계별로 짊어질 상황인데도 정부는 간접세를 더 증세하는 방향으로 내년 세제개편안을 세운 것으로 확인돼, 이를 질타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높았다.
간접세는 담뱃세, 주류세 등 소비세로,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과세되는 조세다.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소득대비 세부담 비율이 높은 역진성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보유세 등 직접세 비중을 높이고 간접세 비중을 낮추는 게 소득 양극화 해소에는 도움이 된다.
정부의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살펴보면 앞으로 5년간 직접세인 소득세가 2000억 원 감소하고 법인세는 1조4000억 원 증가한다.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500억 원 증가하고 개별소비세와 기타 세금도 4000억 원, 2500억 원 늘어나 총 1조9000억 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생긴다.
김성곤 민주당 의원은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이 작년 통과시킨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는 곧 2012년 세수감소로 나타난다"며 "2012년 1조4000억 원, 2013년 2조3000억 원, 2014년 3조7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며 "(직접세 감세로 인해) 향후 간접세 증세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곤 "정부, 탄소세 증세계획까지 세워"
김 의원은 나아가 정부가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탄소세를 별도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이미 연구용역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새로운 간접세가 또 늘어나 서민들의 세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김 의원이 받은 기획재정부 연구용역 자료를 보면, 탄소세는 신설될 경우 기존 과세대상(7개 유종)과 유연탄에도 부과된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의 평균 예상가격을 25유로(3만1300원선)로 산정해 세율을 추정하면, 탄소세의 예상액은 리터당 34원~96원가량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확충되는 세수는 연간 8조5000억 원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갑자기 커지는 조세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연간 1조 원, 중기적으로 연간 3조 원의 세수를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의 연계 도입은 추진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등한시하고 절차를 앞당긴다면 예기치 못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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