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환율전쟁 본격화
이 법안의 최대 목표는 중국이다. 미국은 지난 7월 무역적자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428억 달러에 그쳤으나, 이 기간에도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2008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실제 법안 투표에 앞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여러 해 동안 우리는 대중국 무역적자 증가를 지켜봐 왔다"며 "오늘 우리는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이번 법안의 주요 목표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에 있음을 공식화 했다.
미국 정부도 의회와 정확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최근 들어 연일 위안화 절상이 속도를 내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어떻게 되나
양국 간 갈등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자국 경제지표를 두고 초조해진 미국이 강경한 수를 쓴 데서 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이번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무역보호주의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 국제금융학회장)는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무역보복이 양국 사이에 나타날 가능성도 온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양국의 대응 수준에 따라서는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양국간 무역보복전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작년 9월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 35%를 부과하자, 중국은 곧바로 미국산 닭고기의 반덤핑 여부를 조사했다. 당장 최근에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하원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자,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에 최대 10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미국 역시 중국산 동파이프에 최고 61%의 관세를 부과해 보복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일단 미국의 이번 조치게 강경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야오젠 상무부 대변인은 30일 "환율을 반보조금 문제로 조사하는 것은 세계 무역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 비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장위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미 국회의 환율법안 통과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 의회의 일부 의원들이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중요성을 직시해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펴기 위한 핑계 거리를 찾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번 문제를 공론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 대치 상황이 지속되는데도 한국 정부가 양자 사이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장관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다른 나라들과 힘을 합쳐 중국에 위안화 환율 문제 해결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
한국에 피해 없나
그러나 아직은 경제 차원을 넘어서는 정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입장 역시 강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와 비교하는 것도 무리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제문제가 단순히 환율변수로 해결될 사안이 아닌데다, 중국도 대미관계가 극한으로 치닫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으리라는 이유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이번 일은 중간선거 변수가 있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이 더 큰 원인"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경제 내적 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로 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전면적인 무역보복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위안화 환율 문제뿐만 아니라 물가상승 문제, 실업률 문제 등도 산재한 터라 미국이 쉽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얘기다. 또 중국이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 규모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대형 시장인 터라, 미국 내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미국상회)는 이날 성명을 내 미국 하원의 결정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이 법안이 법률화된다고 해도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천 개의 미국 수출기업과 관련 종사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중국이 여태껏 미국의 압박에 대응한 것처럼 이번에도 당장은 위안화 가치를 약간 절상한 후, 무역수지가 어느 정도 악화되거나 세계 경제 위기가 다시 본격화하는 기미를 보이면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양국간 분쟁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받는 영향도 제한적이리라는 평가다. 최근 원화가치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되리라고 보고 있다.
김 실장은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대미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 주변국가에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보다 세계경제 회복과 외부 수요변수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대미 무역 흑자국 환율에 압박을 가한다면 우리의 경쟁상대인 일본과 중국, 대만, 태국 등이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현재 원화의 가격경쟁력은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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