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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시대에 부르는 존 레전드&루츠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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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시대에 부르는 존 레전드&루츠의 희망가

[김봉현의 블랙비트] 존 레전드와 루츠의 합작 [Wake Up!]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Obama)는 당선 후에도 여전히 '그의 형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그의 당선에는 자발적으로 발 벗고 나서 흑인 사회를 결집시킨 거물급 흑인 뮤지션의 공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투표가 아니면 죽음을!(Vote or Die)'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오바마를 공개 지지하는 노래를 앨범에 수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오바마를 당선시킴으로서 꿈을 이루었다.

끝이 아니다. 무브먼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 음악계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유투브의 어느 공연 실황중계였다. 한국시각으로 9월 24일 오전 10시, 유투브의 'John Legend VEVO' 채널에서는 존 레전드(John Legend)와 루츠(Roots)의 공연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의 유투브 콘서트 시리즈 중 하나로 기획된 존 레전드와 루츠의 합작 [Wake Up!] 발매 공연이 생중계된 것이다.

▲알앤비 싱어 존 레전드와 힙합 그룹 더 루츠의 합작앨범 [Wake Up!]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Wake Up!]은 '오바마 이펙트'가 그의 당선 후에도 여전히 진행 중임을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존 레전드는 이 앨범을 만든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난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나는 오바마 당선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했었고 그 과정에서 큰 감동과 영감을 얻었다. 그 때 그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음악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이 앨범에서 존 레전드와 루츠는 옛것에 눈을 돌린다. 실제로 이 앨범에 오리지널 신곡은 존 레전드 자신이 직접 만든 <Shine>이 유일하다. 대신 그들은 6~70년대 선배들의 소울 음악 중에서도 사회적 메시지가 깃든 곡을 주로 선별해 재창조해냈다. 다시 말해 '오바마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귀감, 희망,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과거의 노래를 다시 불러낸 것이다.

해롤드 멜빈(Harold Melvin) & 블루 노트(the Blue Notes)의 1975년 곡을 더 조화롭고 풍성하게 리메이크한 <Wake Up Everybody>는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존 레전드와 루츠는 지금을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희망의 시대'로 규정하고 정치적/경제적 위기에 봉착해 있던 미국(및 세계)인들에게 그 희망을 발판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격려를 건넨다. 그런가 하면 어니 하인스(Ernie Hines)의 곡을 리메이크한 <Our Generation>에는 고참 래퍼 씨엘 스무드(CL Smooth)가 유려한 랩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힙합 리스너에게 특히 친숙할만한 곡도 있다. 앨범의 문을 여는 <Hard Times>는 베이비 휴이(Baby Huey) & 베이비 시터스(The Baby Sitters)의 곡을 재창조했는데, 우리는 이미 우탱 클랜(Wutang Clan)의 터프 가이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Buck 50>에서 원곡의 향을 경험한 바 있다. 또 <Little Ghetto Boy>의 모티브가 된 도니 하더웨이(Donny Hathaway)의 동명 곡은 닥터 드레(Dr. Dre)를 비롯한 힙합 거장들에 의해 빈번하게 쓰인 레퍼런스이기도 하다. 특히 흑인 청소년 문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이 구절('Little ghetto boy, playing in the ghetto street/ Whatcha' gonna do when you grow up/ and have to face responsiblity?')은 다시 들어도 강렬하다.

그러나 이 앨범에 대한 시선이 모두 호의적이지는 않다. 먼저 개인의 자의적 기대에 근거한 실망이 있을 수 있다. 즉 '존 레전드와 루츠라는 두 거물이 결합했으니 분명 기존에 루츠가 보여주었던 필살 힙합 그루브에 존 레전드의 소울이 더해진 최강의 흑인음악 작품이 탄생할거야'라고 생각한 이가 있다면 그에게 해줄 말은 '이 앨범은 애초에 제작 동기와 목표가 뚜렷한 콘셉트 작품이다'라는 대답이다. 이것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앨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 저마다 엇갈리는 현지의 평은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이다. 물론 어느 누구도 존 레전드와 루츠의 기본 '클래스'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호평을 늘어놓은 매체도 적지 않다. 반면 한편에서 존 레전드가 '거장들의 소울'을 제대로 소화해낼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거나, 앨범 콘셉트와 메시지가 진부하고 과잉이라거나, 고민과 성의가 부족한 속빈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비판 역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혹은 그와 상관없이 존 레전드와 루츠의 합작 [Wake Up!]은 최근 사례를 볼 때 아이티 지진 생존자를 돕기 위한 <We Are The World 25 for Haiti>, 아프로-아메리칸의 뿌리와 유대를 강조한 나스(Nas)와 대미안 말리(Damian Marley)의 [Distant Relatives]를 잇는 가치 있는 '캠페인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즈음에서 <Wake Up Everybody>에 실려 있는 커먼(Common)의 랩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끝맺으려 한다.

'Even in this generation, Living through computers/ Only love love love can reboot you'



*필자의 블로그에서 더 많은 음악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http://kbh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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